눈물의 아름다움
눈물의 아름다움
  • 경남일보
  • 승인 2013.05.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영원한 젊음은 없다, 젊음 또한 순간일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울 수 있는 눈물은 나머지 인생이 있고, 젊음이 있음을 뜻하지 않을까? 그래서 눈물은 젊음의 척도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울 줄 아는 사람은 웃을 줄도 알고, 가슴 녹여 울어본 사람만이 작고 하찮은 웃음의 값어치도 크고 귀하게 느끼게 된다. 울 수 있는 추억을 가진 자는 마음이 가난해도 인생을 참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자다. 하찮고 희미한 추억거리라도 때때로 돌이켜 보며 눈안개가 피어나고 가슴이 젖어들듯 콧등이 시큰함을 느낄 줄 안다면 그의 과거는 진실로 좋은 재산이고 추억이 될 것이다.

눈물은 홀로 있을 때 흘려야 제값을 지닐 수 있는 것이며, 교훈도 되어주고 값진 깨달음도 된다. 사람들 앞에서는 될수록 눈물을 참아내려 애쓰고 안 보이려고 애쓸 때 그의 진실이 전달될 수 있는 것. 눈물이 진정 사람의 마음을 녹이려면 때와 장소에 눈물을 절제하고 아끼는 억제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참으로 울어야 할 때 가슴에서 살과 뼈가 녹아 걸러져 나오는 눈물만이 큰 힘을 지닐 수밖에 없다. 눈물 없이 어찌 측은한 마음으로 보고 느끼는 감성의 안테나를 가질 수 있겠는가.

가슴으로 남모르게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어라. 눈물이 표상하는 비극적 정서는 슬픔의 표출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절망적 상황을 극복하려는 잠재적 욕구와 몸부림에 연결되어 있다. 이를테면 눈물은 인간의 비극성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순수성, 진실성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눈물은 뼈와 살의 분신이기에 진실한 자아의 표출이며 참뜻이기도 하다. 울고 싶을 때 울 줄 아는 사람은 따스한 감성과 아름다운 성품을 가진 자이며, 눈물이 아름답고 값지도록 느끼게 하는 것도 어진 성품의 소유자로 인생이라는 걸 느끼고 헤아릴 수 있는 가슴이 있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는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 또는 가족을 잃었을 때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해도 문득 그의 모습이 떠오르며 가슴이 젖어들거나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면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세월 동안 눈물을 데리고 찾아드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잊었다고 해도 눈물과 함께 떠오르는 사람은 그 사람일 수밖에 없으니까. 따라서 눈물로 형성화된 진실한 자아의 표출을 통한 순수성의 획득은 참으로 고귀할 수밖에 없다.

비록 사랑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상대에게 요구할 성질이 아니고 홀로서 사랑하고 홀로서 잊어내야 하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과 모습이, 그 무엇과 문득 만나질 때 눈안개가 피어나고 가슴에 따뜻한 강물이 흐른다면 그를 잊고 단념하는 노력은 아직도 아득할 수밖에 없다. 눈물이 있는 한 아직도 그대로 느껴지는 것임을 어쩌지 못하리라. 눈물은 아낄수록 멋이 되며 참는 데서 눈물은 더 깊은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빛나고 값진 진실이 된다. 눈물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으로서 오직 감성의 표현으로 우리들의 삶의 공백을 따뜻하게 여며준다는 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