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감동시킨 '농부의 아들' 은행원
농민 감동시킨 '농부의 아들' 은행원
  • 임명진
  • 승인 2013.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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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진주시지부 제환원씨
▲제환원씨.
“‘덕분에 편해서 좋다. 고맙다. 수고한다’는 어르신들 격려 한 마디에 기운이 쑥쑥 납니다”

환한 웃음으로 첫 말문을 꺼네는 제환원(36·과장보)씨. 농협 진주시지부에 근무하고 있는 환원씨는 지역 농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활달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 탓인지 다들 어렵게 느끼는 대출 업무도 ‘뚝딱’ 해치운다.

그가 맡고 있는 업무는 그 성격상 민원이 항시 뒤따르기 마련. 대출이라는 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 업무 담당자로서는 골치가 아픈 일이다.

특히 정책대출은 행정기관이 제공하는 지역농민들에게는 요긴한 자금이다. 저리로 목돈을 장기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맡고 있는 정책대출의 경우 귀농인 창업자금이나 후계농 영농자금 등 분야도 다양하지만 진주시 농업기금과 경남도 농어촌진흥기금 대출이 대표적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유류비, 모종구입비, 인건비 등 운영자금에 드는 목돈을 저리로 장기 대출이 가능해 농민분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인기가 높다 보니 대출 신청도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에 비례해 민원도 늘었다. ‘왜 나는 대출이 안되는냐’는 항의를 받으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민원을 상대하다 보면 어느새 업무는 산더미처럼 쌓이곤 한다.

하지만 정작 환원씨를 안타깝게 한 것은 농민들의 번거로운 수고다. 고령화 추세다 보니 농민 대부분은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로 까다로운 대출 절차를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농사를 짓는 분들은 1년에 한번 정도는 목돈이 필요하실 때가 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그때 대출을 받으시는데 영농일도 바쁘신데다 생소한 서류를 준비하다 보면 다들 어렵게 느끼세요. 몇번이고 방문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얼마나 답답하셨겠어요”

농부의 아들로 그런 농민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환원씨. 고민 끝에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 아예 농민들을 찾아 현장 출장을 통해 대출상담 및 서류 접수를 돕기로 했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진주센터와 진주시농업기술센터 농정기획과의 협조로 현장출장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진주지역 각 읍·면을 순회하면서 농민들도 일부러 시내까지 와야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끝난 상반기 현장출장 접수결과, 진주시에서 운영하는 농업기금의 경우 지난 해 상반기 174건에서 올 상반기는 206건으로, 경남도 농어촌진흥기금도 250건에서 282건으로 현저히 늘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현장상담은 벌써 타 시·군 농협지부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덕분에 환원씨의 업무도 늘었다. 주중 야근은 물론 주말에도 출근해 신청서류와 씨름을 해야 한다. 떡볶이와 김밥은 그의 야근 특식이 된지 오래다. 힘들 법도 한데, 오히려 “기분 좋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고마워 하시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피곤도 확 달아나요. 작지만 농민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니 그저 뿌듯합니다”

글=임명진기자·사진=오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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