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남자들의 연소하지 못한 에너지가 시꺼멓게 타오른다. 어느 거인의 파이프 담배연기처럼 목욕탕 굴뚝 위로. 그러리라, 탕속의 희뿌연 수증기가 알몸을 가릴 순 없지만, 그렇다고 추하지도 야릇하지도 않다. 낯모를 누군가가 쳐다볼 것 같지만 훔쳐보는 사람은 없다. 목욕탕에 간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씻는 행위가 아니다. 마음의 독소를 빼내는 치유이며, 육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막 씻고 나온 남자들의 연소시킨 물 기운이 등골에 흘러내린다. 남자들의 충전된 에너지가 굴뚝 위로 솟아 오른다.
/문화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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