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참지 말고 아프다고 말해
아프면 참지 말고 아프다고 말해
  • 경남일보
  • 승인 2013.05.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민창 (거제경찰서 유치관리팀, 순경)
또 한명의 학생이 학교폭력의 피해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얼마전 경북 경산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다시금 학교폭력에 관한 대책과 우려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어떠한 것도 피해 학생과 가족들에게 위로가 되지 못할뿐더러 명쾌한 대책이라고 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학생은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우리의 곁을 떠났을까. 학생의 유서를 살펴보면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동급생으로부터 5년여 동안 학교폭력과 갈취당한 아픔 그리고 학교폭력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필자 또한 학창시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이들을 목격한 일이 있다. 그때도 ‘내 일이 아니니깐, 원래 저런 학생이니깐 당하는 것이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냥 지나쳤던 과거가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현재시점으로 다시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처음이 아니기에 그간 정부는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으나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고화질 CCTV를 학교 곳곳에 설치하면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가해학생을 피해학생과 격리시키고 전문상담사와 전담 경찰관을 학교에 배치하면 학교폭력이 줄어들까 등모든 대책이 시행되고 있으나 학교폭력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말하고 싶다 “참지 말라고 그리고 소리치라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우리는 학생들에게 학생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인지 그리고 무분별한 학교폭력에 대해 참지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 이전부터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그 정도 일에 울면 안 돼, 견디고 인내하라, 다 성인이 되는 과정이다’라는 명목하에 학생들의 작은 아우성에 귀 기울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무차별하고 불가항력적인 폭력과 이유 없는 따돌림. 이런 모든 학교폭력에 대해 저항해야 하며 그 저항이 통하지 않으면 어른들에게 반드시 말해야 하고 모든 아픔을 참고 인내하는 것이 어른이 되는 하나의 조건이 아니라고 말이다.

지켜보는 어른과 아이들에게 말해야 한다.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는 아이에겐 그것이 괴롭히는 것과 똑같은 행동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어른들에게는 무심코 말한 아이의 한마디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어야 한다.

관계당국 또한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CCTV 확충, 형식적인 설문조사, 담당 경찰관 배치, 교사의 불필요한 동원 등은 여기서 멈추고 근본적으로 곪아 있는 원인이 학생들 내에 있는 만큼 그들에게서 해답을 찾아야지 겉에서 맴돌면 안 된다. 학생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끼리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운동, 연극, 여가활동, 단체여행 등 모든 것이 좋다. 그러한 학생들 간의 유대관계의 형성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존재를 다시금 소중하게 생각할 때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김민창·거제경찰서 유치관리팀·순경



DSC_024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