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버리고 안전 챙기 것도 농사 요령
욕심 버리고 안전 챙기 것도 농사 요령
  • 경남일보
  • 승인 2013.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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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사꾼의 귀농일지> 단감 윗가지 솎기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도 지났다. 절기상으로 여름의 시작을 느낄 수 있다지만 벌써 정오를 전후한 한낮 기온은 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뜨겁다. 아직은 습도가 낮아 햇볕만 피하면 더위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단감 과수원에서 일을 시작한 지가 벌써 열흘이 지났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단감 솎는 일도 몇 그루 남지 않았다. 한 가지 작업을 계속하는 일은 지겹고 힘이 든다. 특히 사다리를 옮겨가며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일이라 처음에는 팔도 아프고 다리도 몹시 피곤하다. 높은 가지에 달린 감을 솎아야 할 때는 사다리 맨 꼭대기를 딛고 올라 머리만 내밀고 곡예사처럼 균형을 잡고 서서 일을 해야 했다. 일이 점차 익숙해지면 사다리 타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되고 나뭇가지를 딛고 올라 쉽게 옮겨 다니는 요령도 배운다.

단감 솎는 일을 하다 보면 작은 가지 부러뜨리는 일은 다반사로 겪게 된다.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 믿었던 가지가 부러지면 사다리에서 떨어져 크게 다칠 수 있다. 일을 하면서 ‘단감 하나 버려도 되니 무리하게 작업하다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서로 충고를 한다. 그러면서 손끝이 미치지 못하는 높은 가지는 톱으로 베어버리자는 말도 잊지 않는다.

단감 솎는 작업을 하는 사이에 감꽃이 피기 시작했다. 단감도 곤충의 도움을 받아야 꽃가루받이가 된다. 감꽃이 한두 개 피기 시작한 과수원에 수분을 도와줄 벌이 보이질 않는다. 어떤 이는 수분을 돕기 위하여 벌통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벌이 움직이는 모습에 관심을 두고 관찰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과수원 규모가 작은 편인 우리는 벌통을 따로 들이지 않고 농사를 지어 왔기 때문에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다만 수분을 도와 줄 수분수를 적당한 간격을 두고 심었을 뿐이다. 눈에 보이는 벌은 과수원 넘어 찔레꽃에만 머물 뿐 감나무 속으로 날아들질 않는다. 내일모레 감꽃이 만개하면 날아와 수분을 도와주길 기다려 볼 뿐이다.

옛날 같으면 다른 일 보다도 모내기 준비에 눈코 뜰 사이 없이 몹시 바쁜 시절이다. 논에 물을 잡아 쓰레질을 하고 모내기를 위하여 못자리 관리에 한 치의 모자람도 없어야 한다. 모 농사가 반농사라는 말이 있듯이 모를 튼튼하게 잘 키워야 한 해 농사를 기약할 수 있다.

벼농사 방법도 많이 달라져 과거에는 50여일 넘게 걸려 직접 키웠던 모를 지금은 파종할 벼 종자를 정하여 육묘장에 주문만하면 키워서 이앙까지 해준다. 볍씨 고르는 일부터 소독은 물론이고 과학적으로 모를 키우기 때문에 모가 잘못되어 농사를 망치는 경우는 드물게 되었다.

벼농사를 돌보는 일은 주로 아버지 몫이다. 우리가족의 분업인 셈이다. 아버지께서 지난 비에 모자란 물을 양수기로 퍼 올려 천수답에 물을 잡았다. 다음 달 초에 모내기를 위해서다. 논에 가두어둔 물이 새지 않도록 두렁을 만들어 젖은 흙을 바르는 일 말고는 트랙터를 불러 일을 마쳤다. 어떤 이는 아예 논두렁에 비닐을 씌워 물이 새지 못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풀이 자라는 것을 막기도 한다. 벼농사도 옛날처럼 소를 부려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돈을 주고 기계를 빌려하는 시대다.

단감 솎는 일에 매달려 있던 사이 비닐을 씌워 과채류를 심었던 밭이랑과 이랑사이 빈 땅에는 풀이 많이 자랐다. 기온이 올라가고 때 맞춰 비가 내린 탓에 바랭이의 자람도 빨라 일주일 사이 서너 마디씩 옆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체하다 김매기 할 때를 넘기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단감 솎음 작업을 하는 중간 한나절 틈을 내어 호미와 괭이로 많이 자란 놈은 뿌리 채 뽑아 죽이고 어린 싹은 흙으로 북을 돋워 덮었다. 과수원과 달리 그늘이 없는 밭일은 오후 해 그늘이 내리기 시작할 때 하는 것이 제일 좋다. 한낮에는 햇볕을 그대로 받아야 하니 일하기에 너무 뜨겁고 새벽에는 이슬을 머금은 농작물에 흙이 묻으며 작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사이 농작물도 많이 자라 감자꽃이 피기 시작했고 오이와 단호박도 덩굴을 제법 길게 벋쳤다. 우선 급한 대로 덩굴이 땅으로 계속 기며 자라지 못하게 오이와 단호박 구덩이 옆에 지난겨울 전지하고 쌓아 두었던 잔가지가 붙은 매실나무를 옮겨놓았다. 한동안은 마른 마른가지를 타고 오르며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정식을 한 후 한 뼘은 더 자라버린 고추도 쓰러지지 못하도록 지지대를 빨리 세워야 할 것 같다. /정찬효 시민기자

윗가지 단감솎기
단감 윗가지 솎기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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