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교수의 의학이야기
김상욱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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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는 인류 진화의 산물?
인류의 진화에 직립 보행과 언어의 사용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놀랍게도 이 두 가지 변화가 인류에게 코골이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짐을 지우게 했다. 수면 중 척추와 골반 등 골격의 회복을 위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반듯하게 누워서 자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목젖이나 혀가 뒤로 쳐지면서 기도를 막기 쉬운 상황이 되었다.

인간은 침팬지보다 후두가 구강보다 아래쪽에 있어 목젖 부위부터 후두에 이르는 기도가 길게 자리 잡고 있어 후두에서 만들어진 발성이 공명하기 쉬워졌고 이는 인간으로 하여금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하였다. 반면, 동시에 이 공간은 인두벽과 혀 등에 의해 쉽게 막힐 수 있는 구조적인 특징을 가지는데 이는 인간에게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라는 병을 안겨 주었다.

누운 자세에서 잠이 들면 인두 및 혀의 근육이 아래로 처지면서 인두 공간이 좁아지고 이곳을 호흡 기류가 통과하면서 연구개와 목젖 등 주변 구조물의 진동을 유발하여 “드르렁드르렁” 하는 소리의 코골이를 유발하게 된다. 이보다 기도가 더 심하게 좁아지다가 완전히 막히면 코골이 소리는 사라지고, “큭큭”, “꺽꺽” 하는 숨길이 막히는 소리가 나다가 “푸”하고 숨을 거칠게 내뱉는 소리가 나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폐쇄성 무호흡이라고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말 그대로 수면 중에 숨을 쉬지 않게 되는 병을 일컫는데, 스스로 숨을 쉬려는 노력이 사라지는 중추성 수면무호흡증도 있지만, 대부분은 숨을 쉬려고 해도 기도가 막혀서 숨을 쉴 수 없게 되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며, 이는 주로 코골이와 함께 동반된다.

만약 코골이 및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진화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를 질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인류의 특징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코골이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는 반복적으로 잠에서 깨는 수면분절과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저산소증이 일어나는데 이는 교감신경계를 항진시키고 전신적인 염증반응과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켜 고혈압, 부정맥,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또한, 수면부족에 따른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등 정신과적 질환과 발기부전과도 연관성이 밝혀져 있으며 이차적인 심혈관계 합병증에 의해 정상인에 비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낮에 피로와 졸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일과 학습 능률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와 산업재해의 위험도 증가시킨다. 일례로 지난달에 해체작업에 들어간 것이 보도된 엑손발데즈호라는 유조선은 1989년 3월 알래스카 해안에서 좌초되어 엄청난 양(우리나라 태안의 원유 유출 사고의 4배 규모)의 원유 유출을 일으켰는데 이 유조선의 좌초 원인이 수면무호흡증 환자였던 삼등 항해사의 졸음이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렇다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아직도 병원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이 ‘코골이 치료=수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수술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일부일 뿐이다. 수술 이외에도 하악전진장치나 지속성 비강기도양압기와 같은 치료기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으며, 환자에 따라 한가지의 치료법을 선택하거나 둘 이상의 치료법을 병행해야 할 수 있다. 개인마다 어떠한 치료가 필요할 것인지는 전문의와의 면담 및 수면다원검사를 비롯한 다각적인 평가를 거쳐 결정이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코골이를 숙면의 상징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고령화와 비만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코골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코골이와 동반되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병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 치료함으로써 건강한 수면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경상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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