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음악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길"
"아버지 음악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길"
  • 강민중
  • 승인 2013.05.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주기 맞은 작곡가 백영호선생 아들 백경권 서울내과원장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진주 법원 앞 소재 한 개인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사부터 쏟아낸다.

가수 이미자 ‘동백아가씨’ 등 귀에 익숙한 국민가요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한국가요사 박물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빛바랜 레코드판과 작고한 유명 작곡가의 대형사진이 벽면을 메우고 있다.

원장실에 들어서자 역시 책장 한켠에 한 유명 작곡가의 음악CD가 자리한다. 이 원장은 누구든지 자신의 휴대전화로 음악 CD를 원하는 문의전화를 하면 자비로 발매한 CD를 무료로 선물한다.

이 의문의 주인공은 백경권 서울내과원장이다. 그렇다면 음악 CD의 주인공이 궁금할 터. 다름아닌 백 원장의 부친인 천재작곡가 백영호 선생이다. 그제서야 흘러나오는 노래를 찬찬히 듣고 있으니 모든 곡들이 백영호 선생의 작품들.

백 원장은 올해 부친 백영호선생의 10주기를 맞아 대표곡들을 모아 추모음반을 제작, 원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선물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음반에는 대표곡 23곡을 담았는데 가수 이미자를 비롯해 예술인 장사익, 오페가 가수 임태경, 가수 말로가 부른 각기 다른 색깔의 ‘동백아가씨’를 함께 수록해 눈길을 끈다.

작곡가 백영호 선생은 그를 빼고 대한민국 가요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국내 가요계 중심에서 기틀을 잡아온 인물이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생소할 수 도 있지만 50~60대 이전 세대들에게는 가수 이미자 이상으로 친숙한 이름이다.

백 원장은 지난 1997년 부친이 생존해 있을 당시 서울내과 로비 한켠에 기념관을 개관했다. 이후 부친의 음악활동 자료를 전시하는 것은 물론, 틈틈히 피아노로 부친의 음악을 방문객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에는 부친의 작곡집 ‘백영호 음악과 인생’과 기념음반을 제작해 출판기념회를 갖기도 했다.

“올해는 부친의 10주기 입니다. 그만큼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해죠. 과거에는 악보를 종이에 썼고, 레코드 판에 녹음을 했는데 최근 그것들을 모두 전자문서화·음원화 했습니다. 또 ‘작곡가 백영호 선생 추모 10주기 기념음반’도 발매하게 된거죠.”

백 원장은 노래를 통해 아버지를 추억한다. 또 아버지의 노래를 세상에 소개하고 팬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른 추억을 쌓고 있다.

“누구든, 전국어디든 CD를 원하면 보내줍니다. 시작은 지인들에게 한장씩 선물로 주곤 했는데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CD를 보내달라는 손편지가 많이 옵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아버지의 노래들과 관련한 자신들의 추억이 적혀있어요. 하나하나 읽어내려 가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들에게 아버지의 노래는 추억 속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저 역시 그들의 사연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또 다른 추억을 쌓고 있는 셈이죠.”

그는 올해 주문한 CD 2000장을 모두 소진했다. 하지만 다시 2000장을 주문해 둔 상태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계속 주문할 계획입니다. 아버지의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잊지않고 찾아주고, 들어주는 것만으로 아들로서 기쁘고 고맙죠.”

또 지난 2009년 초판했던 작곡집 ‘백영호 음악과 인생’을 내년에 재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부친의 이름으로 장학사업도 준비 중이다.

“지역에서도 실용음악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곧 이를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년(2014년)에는 동백아가씨가 세상에 나온 지 50주년이 되는 해”라며 동백아가씨 앞으로도 온 국민의 애창곡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 줄 것을 기원했다. 또 부친을 기억해주고 부친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백영호 선생은 1947년 작곡가로 데뷔했고 1954년 부산미도파레코드사 창설멤버로 ‘마음의 자유천지’, ‘추억의 소야곡’, ‘해운대엘레지’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곡활동을 했다. 1963년부터는 서울 지구레코드사 전속 작곡가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1964년 국민가수인 이미자의 최고 히트곡 ‘동백아가씨’를 작곡했고 ‘옥이엄마’, ‘여자의 일생’, ‘새벽길’, ‘첫눈내린 거리’, ‘서울이여 안녕’, ‘동숙의 노래’, ‘추풍령’, ‘비 내리는 명동거리’, ‘여로’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했다. 문주란, 진송남, 정은숙, 남국인 등을 비롯한 많은 가수와 작곡가를 데뷔시켰으며 총 4000여곡을 남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