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기록의 소중함 깨닫길…"
"젊은이들 기록의 소중함 깨닫길…"
  • 이웅재
  • 승인 2013.06.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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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박연묵 교육박물관 관장
“기억은 잊혀져 사라지지만 기록은 면면부절 전해지고 남겨진다”

퇴직교사인 박연묵 관장이 지난 십 수년 동안 홀로 운영하고 있는 ‘박연묵 교육박물관’이 기록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수익 없는 일에 마땅히 이어받을 후임자 선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연묵 관장은 지난 1999년 30여 년의 교직생활을 접고 퇴직한 후 용현면 신복리 사가 4000여 평에 어릴적부터 현재까지의 살면서 습득한, 세월의 정수가 배어 있는 2000여 점의 사진과 서적, 생필품 등을 당시 7동의 건물에 분류·보관·관리하면서 제자들과 지인들의 산 교육자료로 제공해 왔다. 경남일보는 2004년 10월 28일 박 관장을 취재해 세상에 알렸다. 이후 ‘박연묵교육관’으로 변신해 지금은 전국의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위해 찾아오는가 하면 진주교대 등 예비교사들의 연수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박 관장은 경남교육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09년 경남교육상을 수상했다.

“나도 이젠 예전 같지 않아, 오전 양산에서 초등학생들이 다녀가고 나서 쉬는 중이야”

1일 오후 1시 쯤 모처럼 ‘박연묵교육박물관’을 찾았다. 방문을 밀치고 나오는 박연묵(79) 관장의 모습이 왠지 지쳐 보인다 싶었는데 오전에 벌써 한 팀이 체험학습을 하고 갔단다. 10년 전 만남 후 발길로 치면 10여 번 이상 왔던 곳이라 혼자 한바퀴 돌아보며 바뀐게 있나만 슬쩍 살피고 가려던 기자가 머쓱하게 박 관장은 모처럼 만나도 손님은 손님이라며 안내역을 자임했다.

지쳤다는 것은 빈말이었나 보다. 마당을 지나 비탈을 거슬러 정원처럼 꾸며 놓은 야외학습장을 차고 올라가는 선생의 발치에 힘이 묻어 난다. “이 길에 선 그어 놓은 것 보이지 이게 한 평이야. 요즘 젊은사람들 눈으로 보라고 해 놓은 거야. 옆에 봐, 차나무 말이야, 치워 버렸어. 벌이 집을 짓는데 당할 재간이 있어야지”. “이기자, 지난번에 이것도 봤나”, “네”, 오랜 시간의 흐름속에 기억의 한 켠으로 밀쳐 두었던 내용을 떠올려 가며 대화를 주고 받다 보니 최근 마련한 미술품이 전시된 방 앞이다. 교육대생들이 오면 여기서 강의식 토론을 한다던가. 보니 의자 수십개가 정연히 놓여 있다.

들어가니 건반이 드러나 있는 피아노가 눈에 들어온다. “이래서 내가 꼭 둘러봐야 한다니까”. 객은 다녀가면 그만이지만 이를 관리하는 주인은 한시도 손 놓을 수 없는 실상이 전해져 온다.

“일기장이 근래에 돌아왔어. 국가기록원에서 전시한다고 가져 갔거든”. 일기장을 보니 감정이 격해지셨나 보다. 느닷 없이 나이 타령이다. “내가 말이야 이제 여든이 다 됐거든. 나 죽고 나면 다 필요 없어 버려질 물건인데…”. 박 관장의 말에서는 ‘학생 체험학습과 교육대생 연수도 좋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사들이 더 많이 와서 보고 느껴야 교훈(기록의 소중함)을 잘 전달할 수 있다’는 바람이 묻어난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떠난 자리는 크다던 데…’ 불현듯 스쳐가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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