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다이닝’ 운동을 전개해 보자
‘소셜 다이닝’ 운동을 전개해 보자
  • 이은수
  • 승인 201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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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장)
경기 침체와 함께 사회분위기가 가라앉고 기부와 봉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참여마저 저조해지면서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냉정해지면서 그 누구에게도 관심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삶의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병리현상은 양극화와 실업 등이 표면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관계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원초적으로 인간은 소외를 무척 두려워했다. 그래서 인간은 여럿이서 부족을 이뤄 사회를 구성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공동체 사회’란 생활운명을 같이하는 사회집단을 말한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산업화·도시화·핵가족화 등으로 생겨난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은 이웃 간 소통과 신뢰 관계망의 해체를 가져왔고, 급기야 공동체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점차 낮아지면서 비인간화되어 가고 있다. 배금주의가 팽배해지고 거기에 외래문화 바람까지 겹쳐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웃은 무촌(無寸)’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 사회에서 ‘이웃’은 생활공동체를 구성하는 기본바탕이자 온정 어린 이웃사촌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어울려 지내던 이웃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지역사회가 하나의 복지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웃 간의 갈라진 삶을 서둘러 봉합하고, 이웃을 되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론 진정한 소통과 사랑으로 소외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사회’라는 테두리 중심에 서게 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서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밥상을 매개로 친교를 맺는 ‘소셜 다이닝 (Social Dining)’운동을 전개하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소셜 다이닝은 우리말로 ‘식탁을 공유한다’라는 뜻이다. 그리스의 식사문화인 ‘심포지온’에서 비롯된 이 말이 선진국에선 밥도 먹고 친구도 사귀는, 즐거운 소셜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혼자 밥 먹기 싫어하는 싱글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식사메뉴를 공동으로 예약하면 관심사가 비슷한 낯선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많다. 트위터 친구나 페이스북 친구들과 만나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교류하고 있다고 한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는 방법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소셜 다이닝 운동’은 사회나 주변 사람들이 챙겨주거나 감싸주지도 않아 힘겹게 살아가는 소외계층 그리고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무위고( 無爲苦 )에 시달리는 ‘홀몸노인’, 자발적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있는 ‘나홀로족’, 자기계발 등 자신의 행복을 찾는 일에 몰두하는 ‘싱글족’들을 대상으로 밥상머리에 앉게 하자는 것이다. 나의 이러한 제안은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외로움과 소외감은 두려운 공포 그 자체라는 한 독거노인의 딱한 사정과 ‘혼자 밥 먹는 일이 제일 힘들다’는 어느 퇴직자의 하소연에 착안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각급 사회단체에서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저소득 노인 무료급식 등의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들과 연계하여 식탁을 통해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 주는 일은 그들에게 최고의 복지서비스가 될 뿐 아니라 건강한 사회복원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피천득 선생은 일찍이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고 했다. 이웃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연결고리를 맺도록 하여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복지공동체 사회로 가는 첩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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