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식품 발루트 '낙동강 오리알 신세'
기호식품 발루트 '낙동강 오리알 신세'
  • 이은수
  • 승인 2013.06.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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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즐겨먹는 음식 '불량식품' 규정해 논란
정부가 4대악 척결에 나선 가운데, 동남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이 즐겨먹는 오리알을 불량식품으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기호식품을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다고 하여 못먹게 하는 것은 100만 다문화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반면, 단속기관에서는 법적 통일성을 기하고 국민안전을 위해 비생위적인 식품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중국 등 동남아인들이 사람들이 즐겨 먹는 오리알(발루트:부화 직전 오리알)에 대한 판매가 올초부터 전면 금지되고 있다. 특히 경찰을 중심으로 한 정부기관에서는 4∼6월을 불량식품 집중 단속기간으로 정해 대대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 판매업자들 사이에는 수도권에서부터 지방으로 발루트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으며, 부산 등지에서 이미 검찰 등에 단속에 걸렸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고 있다. 이에따라 아시아마트 등 외국인 전용매장에는 오리알이 자취를 감췄다. 이처럼 갑작스런 단속으로 공급이 끊기자 일부에서는 두배이상 가격이 폭등하며 밀거래까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폭증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안되기 때문이다.

김현태 다문화미래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오리알 판매금지는 국민위생과 관련한 것이 핵심이나 발루트의 경우 불쾌감 때문 등의 이유로 과다하게 단속하는 것은 음식의 문화적 차별로 비춰질 수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국인근로자를 상대로 잡화점 및 식품점을 운영하는 A(창원 팔용동)씨는 “발루트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퇴근길에 많이 찾는 기호식품으로 1주일 평균 30개짜리 발루트 5∼7판이 판매되었다. 다른 매장도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며 “하지만 올들어 사정기관의 단속이 강화되자 도매상에서 공급이 뚝 끊겨 지금은 판매가 전혀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식품점의 B(창원 내동)씨는 “10여년간 발루트 장사를 했지만 문제가 생긴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갑작스런 단속으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자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는 외국인 손님들이 당국의 과잉대응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발루트가 인기식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외국인들의 대상으로 오리알을 생산하는 한국농장의 숫자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의 타격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근로자 B(여)씨는 “한국에서 계란 먹듯이 우리나라에서는 발루트를 항상 먹는데, 구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발루트 판매금지 조치는 혐오식품, 또는 유통상 이유로 판매금지를 하고 있지만 혐오식품이라고 하면 이것은 상대방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통상의 문제는 상점주인과 외국인근로자 사이의 문제인데, 만약 상한 음식이라면 구입하지도 않을 것이다. 불량식품 단속과 전혀 다른 결과로 뜻하지 않게 외국인근로자들과 이민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판매가 재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국인 근로자 C씨는 “자기나라에서 많이 먹고 몸에 좋은 보양식으로 생각하는 음식을 갑자기 못먹게 하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문화의 다양성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식약청 관계자는 “부화중지란을 판매하는 것은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저촉된다”며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이상 국내법을 따라야 한다. 식용부적합알 등 혐오식품에 대한 단속은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규정해 근절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매장에서 판매가 중지된 발루트(오리알)
불량식품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식품매장에서 판매가 금지된 발루트(오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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