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홍 기자
지방자치의 핵심적인 기관은 지방의회이다. 하지만 현재의 지방의회는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제도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시·도의회 사무국 직원의 인사권을 해당지역 지자체장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이 갖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의회사무국 직원들은 승진과 근무평정을 잘 받기 위해 인사권자인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소신 있게 의회 입장에서 집행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에 충실했다간 다음 인사이동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지방의회의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의 경우 의회 의장에게 추천권이 부여돼 있기는 하지만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실질적 임명권자인 자치단체장의 양해 내지 협조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의회 사무처장에 대한 직무감독권자는 지방의회 의장이다. 실질적 임명권과 직무감독권이 분리된 제도로 인해 사무처장은 자치단체장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이다.
이같이 지방의회 인사권이 자치단체장에 종속되어 있음으로써 독립성 및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
법리적 측면에서 봐도 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 사무처 일반 공무원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하도록 한 현행 지방자치법은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벗어나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의회 일반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자치단체장이 행사함으로써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승진 또는 순환보직 등의 이유로 인사이동이 빈번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전국 시·도의회의원협의체는 지방의회가 집행부 견제·감시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회사무국 직원의 인사권 독립이 절실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방의회 발전을 위해서는 의회 사무직원들의 인사권 독립이 선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의회 사무직원들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의회사무를 통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방의회 사무직 직렬의 신설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어렵다면 과도기적 방안으로 입법과 예산업무에 대한 정책보좌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위원실에 대한 인사권을 의회 의장에게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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