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靑春)의 면역성
청춘(靑春)의 면역성
  • 경남일보
  • 승인 2013.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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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우리에게 청춘이란 무엇일까. 지난 겨울의 시린 추위를 견뎌내고 돋아난 새싹처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까. 아니면 늘 지금처럼 변함없는 삶을 살아가는 일상의 연속일까.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의문 속에서 나는 그 무엇보다 진실된 해답을 찾고 싶었다. 아픈 것만을 청춘이라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청춘을 아픔이라고 말하면 왠지 씁쓸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청춘을 생각하면 낭만적인 분위기에 흠뻑 젖어드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연상하기 쉬운데, 그 모든 것을 ‘아픔’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포장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왜 많은 이들은 청춘을 아픔이라 치부하는 것일까.

우리들은 무궁무진하게 넓고 다양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치열한 무한경쟁의 모습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모든 이가 일등이 되고자 노력하며 어느 누구도 꼴등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잔인한 세계는 우리의 당연한 인생과제처럼 여겨졌다. 젊은이들은 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걷고 세상에 앞서가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스펙(공인자격)을 쌓으려 한다. 맹목적으로 타인과 경쟁하고 타인의 성공을 닮아가려는 모습은 마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도박장에서 왜 싸우고 있는지 모르는 투견(鬪犬)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기약 없는 미래를 위해서 항상 준비하고 달려가야만 하는 삶이 청춘이라고, 그래서 아프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비록 마주하기 싫은 현실일지라도 내가 이 땅 위에 서 있을 수 있고 내가 지금 청춘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것도 다름 아닌 ‘이 세상’ 덕분이다. 물론 ‘이 세상’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는 성공도 필요하겠지만 더욱 값지고 소중한 것은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삶을 그려나가는 것이라 굳게 믿는다. 또 이는 천편일률적으로 하나의 색으로 채워져 있는 사회는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우리들이 서로 다른 꿈들을 이뤄갈 때 그 사회는 더욱 풍성한 색과 그림들로 채워질 수 있다.

때론 사랑이라는 애틋한 감정에 취해도 보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허물 없는 믿음을 다져보는 약속들도 모두 청춘이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고 깊이 파고드는 행복이리라. 다만 처음이라는 설렘에 두근거렸던 풋풋함, 아무것도 모르는 마음에서 그저 바라만 보던 순수함에는 아픔에 대한 면역이 없다. 촉촉이 젖어드는 눈시울만이 남겨질 뿐. 사랑하기에 슬퍼지고, 믿고 의지하기에 더욱 아플 수 있는 것도 청춘들인 것이다. 하나 청춘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의 슬픔과 고통만이 전부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청춘으로서 함께하는 아픔은 우리들의 일생에서 가장 소중한 상흔으로 기억될 것이고,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삶을 더욱 맑게 정화하고 성숙시켜 줄 테니까. 잊지 못할 아픔으로 영원히 말이다.

세상에는 예쁜 꽃이 많다. 하지만 이 세상에 가장 빛나는 꽃이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국화꽃처럼 가을에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듯, 우리들도 청춘과 함께한 아픔과 인내의 시간들을 훌륭한 영양분 삼아 또 다른 새로운 계절에 아름다운 꽃으로 멋지게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마다 피어나는 그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지만 이 역시 스스로 얼마나 많은 영양분과 알맞은 수분을 제공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마지막으로 청춘들에게 고한다. 아픈 청춘들이여, 일어나라. 그리고 더욱 밝게 웃어라, 아름다웠던 청춘으로 기억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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