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태극기
<이준의 역학이야기> 태극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6.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의식
청소년의 역사인식이 정말 심각하다. 야스쿠니 신사를 젠틀맨으로 연상하여 말하고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 일본 정치지도자 및 관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하는 청소년들, 일본 침략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멋있다고 문양을 만들어 자기 카페나 블로그에 올려 놓고, 심지어 욱일승천기로 디자인한 옷을 입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희희낙락하는 청소년들, 이완용을 일제를 추방하신 분으로, 삼일절을 삼점일절로 일컫고, 삼일절은 안중근 의사가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며 공산군을 무찌른 날, 위안부는 독립운동했던 곳, 마루타로 악명 높은 일본 731부대를 항일 독립군이라고 답변한 청소년들, 독도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독도는 한국땅이라 외치는 청소년들 등등 정말 우리의 미래가 암담하게만 느껴진다.

요즘 학생들은 6·25가 무슨 전쟁인지도 모른다. 개그용 답변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또 몇몇 청소년만의 수준이 아니라 길거리 지나가는 청소년을 무작위로 표본 추출하여 80% 이상이 그렇게 대답한 수준이다. 정말 암담하게만 느껴진다. 필자가 청소년 대상 강의를 다니면서 ‘이준’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지 하고 물으면 이구동성 큰 목소리로 신나고 자신 있게 ‘엠블랙(MBLAQ)!’이라고 합창한다. ‘이준 열사’라고 대답하는 청소년은 하나도 없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기념하여 모 방송국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결과는 길거리 지나가는 행인 중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사람이 전체 50%를 넘었다. 우리나라의 역사 지식수준이 이 정도이다. 일본의 끈질긴 독도 망언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역사 왜곡, 이런 추세대로라면 100년 후 우리 역사 교과서에도 대한민국은 중국의 변방 성(省)으로 표기될지도 모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한 나라의 역사는 그 나라의 근본과 뿌리이다. 역사에서 우리 조상들이 해왔던 일들을 알 수 있고, 그 속에서 지혜와 배움을 얻어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다.

얼마전 공부깨나 하고 상당한 지식을 갖추었다는 지인으로부터 이런 힐난을 받았다. “이 박사, 시대에 뒤떨어진 태극이니 8괘니 하는 중국 찌꺼라지를 무얼 한다고 그렇게 붙들고 있소?” 나는 순간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태극이 중국 것이라고? 8괘가 중국 것이라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이 또한 단군 할배가 들었으면 기절초풍할 소리가 아닌가 말이다. 세뇌된, 왜곡된 역사인식이 꼭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서도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태극을 국가의 문양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물론 태극무늬를 유추할 수 있은 물결모양의 문양은 고대의 여러 민족들 사이에도 나타난다. 미국 대륙의 인디언족 출토품, 유럽 여러 곳에서 출토된 고대유물, 지중해 연안, 이집트, 인도 등 세계 전역에서 태극물결 모양은 발견된다. 태극이 고대인의 우주자연관이라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태극기의 원조가 되는 경주 감은사지 태극문양을 아는 국민은 별로 없다. 이 문양은 신라 때 지은 사찰에 방치돼 있었지만 중국 송나라 주돈이의 태극도설보다도 388년이 빠르다. 신라왕관의 곡옥(曲玉)은 또 다른 태극문양이다.

8괘는 주역을 만든 문왕 무왕 주공의 역작과 공자의 노력으로 중국에서 정립되었고, 이후 태극과 8괘는 중국고유 전유물로 각인되었다. 위 지인은 이런 인식으로 필자를 힐난하였다. 하지만 8괘의 기본이 되는 음효 양효의 부호글은 노끈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매듭글과 더불어 복희가 소통의 수단으로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주역은 하나라 우왕이 홍수를 다스리는 묘안으로서 홍범구주를 담은 낙서(洛書)와 소통수단으로 전해 내려오는 복희의 음효 양효 부호를 문왕 무왕 주공들이 조합하여 만든 것이다. 하여 역은 중국고유의 것만은 아니다.

태극과 8괘는 중국인들의 고유문양이 아니라 이족(夷族)이 창안하여 사용하였던 것들이다. 요하지역의 홍산문화, 중국 상고의 역사주역인 이족의 흔적들을 밝혀내면 낼수록 중국학자들은 난감해진다. 이족의 흔적이 만주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 늘려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 서쪽으로는 이족의 흔적이 미미하다. 현재 이족의 유적들이 중국영토 안에 있다고 하여서 이 모든 것들을 중국의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려고 하니 저절로 동북아공정이라는 중국역사 재정립 또는 역사왜곡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것이다. 하여 단군조선도 중국역사고, 광개토대왕도 중국장수이며, 발해도 중국역사고, 조선은 중국의 변방이었으며, 대한민국은 중국의 한 성(省)이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역사를 잃는다는 것은 혼을 잃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을 사랑한 류큐(홍길동의 율도국)의 국기는 ‘태극기’였다. 태극은 영원한 변화와 창조를 의미한다. 태극기와 8괘는 우리의 긍지이자 힘의 근원이다. 태극기를 들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