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부족 파행운영…1년 농사 어쩌라고
시설부족 파행운영…1년 농사 어쩌라고
  • 박수상
  • 승인 201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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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운영위기 맞은 의령농협 공동육묘장
의령농협 벼 종합육묘장이 지난 2009년 개장 이후 육묘장 시설부족에 따른 파행 운영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농협이 군내 농업인의 일손 경감 및 경영비절감을 통한 우수품종의 쌀 산업기반 확충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벼 공동육묘장이 주문량 급증에 따른 시설 부족의 이유로 타 시·군에 위탁 경영을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외부 구입시 품질 저하로 이어져 농업인들의 원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 하루 빨리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군내 1500여 곳이 넘는 농가에 공급할 어린모를 키우는 의령농협 벼 공동육묘장은 최근 6만상자인 적정 공급시설규모에 2배가 훨씬 넘는 14만상자의 물량을 주문받아 놓고 막상 시설이 포화상태에 직면해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자 급기야 외지 위탁경영을 일삼아 농업인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의령농협은 어린모 주문이 폭주하자 올해 1억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5만 상자를 상자 당 2500원에 인근 함안, 진주지역 개인이 운영하는 10여 곳의 육묘장에 위탁 경영해온 것으로 드러나 품질 저하 등을 우려하는 농업인들은 속았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농업인들은 “관내 농업인 조합원이 의령농협이 공급하는 우량품종의 어린모를 믿고 지원받아 우수품질의 벼농사를 지어 왔는데 다른 시·군에서 돈을 주고 어린모를 구입해 농가에 공급하는 것은 품질 저하는 물론 농민과의 신의를 저버린 채 본래 종합공동육묘장 운영취지를 무색케 하는 처사”라며 피해방지 대책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의령읍 서동들녘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업인은 “함안 등 외부지역의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육묘장의 경우 의령육묘장과는 달리 동일한 묘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웃자라거나 덜 자라는 등 품질이 균일하지 못한데다 육모와 맞춤 배송에 급급한 나머지 20일 전후 급성장 시켜 모가 키만 크고 잎의 세력이 약해 이앙 이후 12일 지나도록 상당수 어린모가 쓰러진 채 착근을 못하고 정상 발육이 안된다”며 올 한해 농사를 걱정했다.

의령농협은 각종 농자재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에게 벼 어린모, 고추 등 각종 채소의 우량 묘종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의령읍 무전리 들녘에 0.73ha(2200평) 규모의 종합공동육묘장을 개장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개장 당초 벼 육묘장의 수용시설은 육묘 6만 상자(어린모)에 불과한데 비해 농업인의 주문 물량이 매년 증가해 2011년 8만 상자에 이어 지난해 9만5000상자로 늘어나 결국 1만5000상자를 타 시·군에서 구입했다는 것. 급기야 올해는 육묘장에서 키운 어린모 주문이 급증한 나머지 수용규모에 비해 2배(8만 상자)가 훨씬 넘는 14만 상자를 넘기면서 포화상태에 직면, 수급불균형은 물론 차량수송 과적에 따른 어린모 훼손시비 등 곳곳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많은 농업인들이 모내기 현장에서 농협을 향한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올해 육묘장의 어린모 주문이 5만여 상자나 크게 늘어난 것은 의령군이 지난해부터 군내 영세, 고령농가에 대해 농업복지 사각지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어린모 육모상자 무상지원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수혜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무상지원 첫 신청자는 13개 읍면에 478농가 127ha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70세 이상 농가 중 벼농사 0.5ha(1500평)이하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영세 및 고령농가가 288ha로 급증한데 따른 어린모 주문 상자도 7만7667상자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은 농협에 어린모 1상자 구입가 3000원 중 10%를 자부담하기 때문에 소규모 영농의 노령층에서 앞 다퉈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의령농협 조합장 등 경영자측이 이처럼 폭주하는 엄청난 물량을 취급할 수 있는 공동육묘장의 시설확충 계획은 전무한 채 지나치게 조합원 복지증진 및 일손경감 등 농업인 편익만 중요시 여기는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인해 일련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때문에 당장 현재 시설보다 2배가 넘는 8만상자가량을 취급 할 수 있는 벼 육묘장 추가 설치가 당면 현안사업으로 등장했다.

더욱이 수용 한계에 직면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의령농협은 농업인 조합원의 의사를 뒤로 한 채 함안, 진주 등지의 개인 벼 육묘장 위탁경영한 것은 조합원을 속인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농협은 지난 5일을 전후해 5만상자의 어린모를 정곡, 유곡, 궁유 등 관내 9개 읍면 농가 현지에 트럭으로 배달하는 비상수단을 동원했다.

이처럼 의령군을 벗어나 비교적 원거리에서 트럭을 이용해 어린모 상자를 한꺼번에 대량 배송하는 과정에서 어린모가 부러지거나 시들어버려 이앙기로 물 논에 심어놓은 벼가 쓰러진 채 말라 죽는 등 착근을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유곡면 송산들녘에는 농협이 위탁한 함안육묘장을 출발, 의령으로 배송하는 과정에서 육묘상자운반기를 탑재한 1톤 트럭에 240상자 적재량을 몇 배 초과해 500여 상자 이상을 비좁게 밀착해가며 무리하게 많이 싣는 바람에 육묘상자가 겹쳐져 부드러운 어린모 상당수가 부러지고 훼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데 있다. 농협 직원들 역시 현재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1개 면내 마을 단위로 하루 2000상자 전후의 물량을 배달하는데다 모심기 적기에는 불과 1주일 사이에 1만 상자 이상을 긴급 배송해야 하는 고충을 감수해야 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농협측은 올해 전체 주문한 어린모 14만상자 중 90%에 가까운 11만~12만 상자가 7~10일 만인 적기에 배달이 집중 된데다 원거리 함안,진주 위탁물량까지 가세해 우수한 쌀 생산을 갈망하는 농업인들에게 양질의 어린모를 적기에 공급하기란 현재 운영 체제로는 사실상 역부족임을 실토했다.

농협 직원이 어린모를 키워 농가별로 이앙할 논에 직접 배달하는 것은 의령농협이 처음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는 조합장이 직접 배달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개선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의령농협이 관장하는 의령읍 등 9개 읍면을 대상으로 종합공동육장을 운영하는 직원은 소장을 포함 4명과 일용직 5명이 전부이다. 이들이 14만 상자의 어린모를 키우고 관리해 상자를 농가에 배달하고 빈 상자 수거뿐만 아니라 후기작인 다른 농작물 육묘관리를 겸하고 있어 사실상 사면초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인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령농협 산하 읍면 지소, 지점 소장과 직원들은 모내기철만 되면 불볕더위와 싸워가며 지역별로 벼 육묘상자 배달에 총동원,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지켜본 많은 농업인들은 최근 의령농협 벼 공동육묘장이 직면한 총체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의령 육묘장을 중심으로 한 정곡, 유곡, 궁유 등의 중부권과 화정, 칠곡, 대의면 농가를 대상으로 한 서부권으로 나눠 현지 농업인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가까운 중심지역에 공동육묘장 2곳을 추가 설치하거나 면단위로 구분하여 1만 상자 규모 이상의 육묘장 설치를 적극 제안했다. 물론 시설 지원 등은 군과 농협이 협의해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제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앞으로 매년 육묘상자 신청농가가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공동육묘장 관계자나 의령군 관계자 역시 현재 의령군내 노령인구 분포도 등을 감안 할 때 향후 10여년 이상은 고령인구의 어린모 신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벼 공동육묘장 확충은 더욱 절실하다는 인식이다. 이밖에 현재 군이 일부 개인에게 지원하는 벼 육묘장의 경우 효율성이 떨어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령농협 공동육묘장을 수년간 관리 운영해오고 있는 하만익 소장은 “근본적으로 육묘장 시설확충 없이 무리하게 수용하는 정책 시행은 결국 대규모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실토했다

그는 또 “권역별 또는 지역별로 전체 0.7~1ha(2000~3000평)규모의 육묘장을 확대 설치할 경우 경제성을 감안해 벼 육묘장을 겸한 종합공동육묘장 운영이 바람직 할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의령군내 공동육묘장은 의령농협(9개 읍면)과 동부농협(4개면) 2개소와 지정의 개인 육묘장이 있으며, 동부농협은 자체적으로 4만5000~5만 상자의 적정 시설규모로 어린모 육묘상자를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의령 벼 공동육묘장 사면초과 파행 불가피
9일 의령군 유곡면 송산들녘에 이앙한 어린모가 쓰러져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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