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여! 가고파여!
가고파여! 가고파여!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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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구 (시인)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로 시작되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가고파’를 노래하던 마산은 지금 어떠한가? 이젠 파란 물도 아니고 잔잔하지도 않다고 외치는 부정적인 목소리로만 느껴진다. 그럼 마산은 지금, 가고파 인가? 안 가고파 인가?

현재 마산역에 세워진 ‘가고파’의 시비로 인해 전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시가 마산이 아닌가 싶다.

고향 마산이 그리워서 선생이 노래한 그 푸른 바다에 폐수 같은 먹물을 쏟아 붓는 그런 형국이다. 마산의 이미지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몇 해 전 마산, 창원, 진해시가 ‘통합 창원시’로 거듭났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의 그릇된 주장으로 인해 문학의 순수함이 죽어 가고 있다. 시민을 혼동 속으로 빠뜨리며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마산의 관광문화콘텐츠가 될 ‘가고파’는 밀어내고 ‘3·15 의거’에 대한 항거정신만 부각시키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 이유가 노산 이은상 선생이 3·15의거를 폄하했다는 주장에 있다. 3·15 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은 부분만 드러내어 3·15의거를 부정한 발언을 한 것으로 규정지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마산역에 세워진 ‘가고파’ 시비를 훼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것은 분명 잘못된 이해에서 온 것이다.

필자가 학창시절 친구들과 돝섬에 소풍갔다 재미있게 놀던 때가 생각난다. 그 시절 정말 바닷물이 푸르고 맑았다. 우리 일행은 갯바위에 붙은 홍합을 따고 굴을 채취해서 먹던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가 기억한 바닷물보다 덧없이 푸르고 깨끗함이 선생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이런 명작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선생이 이 작품을 쓸 당시에는 어린 시절 맑고 깨끗한 고향바다를 회상하며 미치도록 보고 싶고, 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 있는 티 없이 맑은 서정과 문학성 애향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생은 고향 마산을 무척 사랑했다. ‘가고파’, ‘고향생각’, ‘옛동산에 올라’, ‘봄처녀’, ‘장안사’, ‘성불사의 밤’ 등 선생의 문학 업적은 대단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노산 이은상 선생 작품만을 위한 시(詩)동산을 마련해도 시원찮을 이 마당에 선생의 작품정신이 훼손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 모두 ‘가고파’의 정신을 깊이 새기며, 도시를 아름답게 가꿔나가야 될 것이다. 대립과 갈등이 아닌 화해와 이해로서 ‘가고파’와 ‘3.15 의거’ 정신이 나란히 손잡고 관광문화콘텐츠를 육성해야만 마산이 산다. ‘가고파’나 ‘3.15 의거’ 그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청년시절의 노래이고 문화인가. 진심으로 가슴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임성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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