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속의 개구리'가 안 되려면
'냄비속의 개구리'가 안 되려면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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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국제적으로 유명하다는 어떤 경제 컨설팅회사가 한국경제를 두고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다고 진단을 하였다는 소식이 들린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다. 한국 국민으로 살면서 피부로 느끼는 오늘의 우리 현실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표현해 주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매일 매일을 모든 분야에서 동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대통령과 거의 엇비슷한 시점에 취임한 일본 아베총리는 ‘아베노믹스’라는 수식어까지 붙여 가면서 매일 매일 힘찬 행보를 하고 있다.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성장동력을 얻는데는 한몫을 할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비해서 한국은 위기의식도 대책도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탄식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새로운 성장전략에 대한 밑그림은 고사하고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도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우리들의 고막을 흔든다. 무슨 창조경제네 대선공약이네 복지정책이네 하면서 탁사공론만 하고 있으니 누구인들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빨간 불은 우리경제에만 켜 진 것이 아니다. 안보분야에서도 켜졌다. 전시작전권의 한국이양을 추진했던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인 바웰 벨(Bell)사령관은 공개적으로 전시작전권 이양이 시기적으로 불가함을 천명하고 나섰다. 북한이 핵무장을 한 이상 어느 면으로 보아도 한국은 북한에 비해 “심각하게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한 이상 한·미관계도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종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벨 전(前)사령관이 비록 사견이라고 하지만 공개적으로 전시작전권에 대해 언급한 것은 바로 이렇게 본질적으로 달라진 상황에 맞춰 새로운 한·미관계를 모색해 보라는 신호였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 신호에 맞춘 새로운 관계적립과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이 있는지의 여부도 고려하는 새로운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폭언이 연일 강도 높게 빗발치듯 하는 순간에 북쪽으로 보내는 대화신호도 대통령과 총리가 엇박자를 놓고 있는 현장을 우리는 안타깝게 보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네모 난 상자의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거덕 거리는 것같은 형국의 우리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불량품으로 꿰어 맞춘 원전시설이 우리의 가슴을 조여 온다. 군이나 경찰의 기강이 무너진지 오래된 듯하다. 돈푼께나 있는 사람들은 해외에 재산을 빼돌려 놓고 있다. 가짜학위가 판을 치고 부정입학이 횡행한다.

이러한 현상들이 집권한지 불과 100일을 넘긴 정부의 책임이라고 몰아붙이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새 정부의 괄목할만한 역할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을 만큼 우리는 한가한 입장에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말은 100일을 겨우 넘긴 정권이라고 하여 차분히 지켜보자는 뜻으로 말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타고 있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심정이라 여겨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집권준비는 당선 이후의 인수위 구성 때부터가 아니라 17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집권준비는 5년이 넘었고 대통령 당선 후 조직한 인수위의 시절부터 따지면 100일을 넘겨도 한참 넘었다. 그 짧은 100일 사이에 대통령의 인기는 하강곡선을 긋기에 바빴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사를 잘못했기 때문이었다.

본인은 창조 경제를 외쳤지만 인사는 창조적이지 못했다. 정부구성을 완료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집권 100일을 넘기도록 정부를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이정부가 무능했다는 얘기밖에는 안된다. 언제까지 야당만을 탓하며 자신들의 무능을 위장할 수 있을까?

정부내의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역동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느 한사람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들리는 목소리는 박대통령 한 사람의 것뿐이다. 이래 가지고 서야 어떻게 창조경제를 논할 수 있을까? 창조 경제를 말하기 전에 우선 대통령의 창조적 리더십을 보고 싶다. 대통령의 창조적 리더십이 아니고서는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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