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얘기’에 지친 안방극장 새 바람
‘뻔한 얘기’에 지친 안방극장 새 바람
  • 연합뉴스
  • 승인 201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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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과 불륜은 가라!’

통속극이 주도하는 안방극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참신한 설정과 개성 강한 캐릭터를 앞세운 드라마들이 잇따라 시청자 공략에 나선 것.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MBC ‘여왕의 교실’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이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며 브라운관을 떠나는 시청자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쾌조의 출발 = 지난주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방송된 후 인터넷의 주된 반응은 ‘오랜만에 볼만한 수목드라마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참신한 드라마를 향한 시청자의 갈증은 컸다.

한동안 수목극은 극심한 시청률 가뭄에 시달렸다. 지난달 말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청률 합계는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반적인 히트 드라마 한 편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침체에 빠진 수목극 시장에 단비가 됐다. 이 작품은 방송 2회 만에 경쟁작들을 제치고 수목극 정상에 올랐다.

2회는 첫 회보다 시청률이 무려 5% 포인트 급등했다. 주중 미니시리즈로는 이례적인 상승세다. 게다가 동시간대 1위를 달리던 MBC ‘남자가 사랑할 때’ 마지막 회와 맞붙어 이룬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일반적인 통속극과는 거리가 멀다.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냉혹한 복수나 뒤틀린 애정 관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법정 로맨스 판타지라는 생소한 장르를 생생한 캐릭터와 에피소드에 담아냈다.

남의 마음을 읽는 소년 박수하(이종석 분)는 비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여주인공 장혜성(이보영)은 실리를 따지는 속물 변호사라는 점에서 현실과 맞닿아 있다. 1-2회 에피소드에서는 돈과 배경이 없으면 진실도 거짓이라 말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비애도 엿볼 수 있다.

SBS 김영섭 콘텐츠파트너십 부국장은 “수목극이 기존에 외면받았던 이유가 시청자가 원하는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시청자가 원했던 드라마였던 것 같다”며 “빠른 이야기 전개와 몰입도, 여기에 한국적인 정서와 진정성이 잘 어우러지면서 호응을 끌어냈다”고 분석했다.

2회에서 학교폭력을 언급한 제작진은 앞으로 법정 에피소드에 실제 현실을 반영한 내용을 끼워넣을 예정이다.



◇‘여왕의 교실’ “현실 반영한 드라마될 것” =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맞붙는 MBC ‘여왕의 교실’도 ‘멜로와 출생의 비밀 없는 드라마’를 표방했다.

2005년 일본 드라마가 원작인 ‘여왕의 교실’은 세상의 민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는 독특한 교사 마여진(고현정 분)과 이에 맞서는 초등학생 아이들의 분투를 다룬다. 교실을 배경으로 초등학생과 여교사를 주인공으로 한 만큼 멜로나 출생의 비밀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원작에서는 마여진이 ‘마녀’ 같은 선생님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통해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돌아본다.

제작진은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지만 교육열로 들끓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동윤 PD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밤 10시대에 방송하기에는 생소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진부하지 않은 새로운 소재와 내용의 드라마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며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직장의 신’도 출생의 비밀이나 꼬인 멜로라인 없이 캐릭터와 메시지의 힘만으로 호평을 끌어냈다.

‘슈퍼 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은 기댈 곳 없는 비정규직의 정점을 상징했고, 정리해고와 청년실업 등을 다룬 에피소드는 직장인의 비애와 열악한 고용 현실을 반영했다.



◇통속극 한풀 꺾이나 = 이들 작품이 관심을 끄는 사이 통속 멜로와 복수극은 최근 부진을 보이고 있다.

MBC ‘남자가 사랑할 때’는 인기 작가 김인영과 톱스타 송승헌의 만남으로 관심이 쏠렸지만 평균 시청률 10%로 막을 내렸다.

본격 치정 멜로를 표방하며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남자 주인공 태상(송승헌)을 앞세웠지만 두 남자를 오가는 여 주인공 미도(신세경)의 캐릭터가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 데다 이야기도 진부한 통속극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 말 막을 올린 KBS 월화극 ‘상어’도 시청률이 한 자릿대에 머물고 있다. ‘부활’ ‘마왕’을 잇는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상어’는 복수에 모든 것을 던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청자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복수극이나 통속 멜로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 가기 때문에 집중도와 몰입도가 높지만 너무 뻔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이 나오면 쉽게 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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