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우 기자
협의체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사람은 여야 합의로 추천된 백수현 위원장이다. 백 위원장은 찬·반 동수를 이룬 협의체 성격상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쥐고 있다. 8년 간의 갈등이 백 위원장의 손끝에서 좌우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백 위원장이 최근 알려진 바에 의하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로 상당한 책임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밀양 송전탑 갈등의 출발은 전원개발촉진법(전촉법)의 독소 조항과 송전선로 선하지 보상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한전이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공사를 강행할 수 있는 근거는 전촉법에 있다. 전촉법은 전원 개발설비 부지로 결정되면 강제수용까지 할 수 있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의 실시계획만 승인되면 도로법·하천법·자연공원법 등 19개 법률에 규정된 인·허가사항 등에 대해서도 인·허가가 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 위의 법’이다.
선하지 보상 역시 적정하지 못한데 있다. 전자파와 각종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765㎸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토지는 사실 ‘저주받은 땅’으로 전락하게 됐다. 다른 토지에 비해 선하지가 40% 정도 가치가 하락되는 수준에 그친다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반값이라도 이런 토지를 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평생을 일궈온 재산을 주인행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셈이다. 주민들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어 목숨을 담보하며 생존권 사수를 외치는 이유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8년 전부터 지중화와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반대대책위를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현실성 없는 지중화를 계속 요구하기보다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현실성 있는 보상과 대책을 세우자’는 주민대표위가 등장하면서 기류에 변화가 일고 있다. 주민대표위는 8년 전 반대대책위를 구성한 핵심 인사들로 구성됐다.
백 위원장은 반대대책위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하지만 주민대표위의 주장도 하나하나 챙겨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밀양 시민들의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 단 밀양지역에 송전탑을 세워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만 국한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전력정책에 대한 토론은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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