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남북회담 무산
<이준의 역학이야기>남북회담 무산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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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의 형식
같은 민족, 같은 말, 같은 글을 사용하면서 남북 모두 입으로는 항상 민족 통일을 외쳐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통일도 요원하다. 이번에도 북한은 ‘조평통 국장을 내보내면서 (우리에겐) 장관을 내보내달라’며 일반상식·국제외교 의례에 벗어난 주장으로 남북당국자 회담을 무산시켰다. 이와 같은 그동안의 여러 정황을 보건대 북한은 결코 남한을 대화의 대상으로 생각지도 않았고, 또 그럴 의도도 없는 것으로 보여 진다.
 
북한은 모든 국가들의 외교 사절내지 외교관계에서는 극존중의 예의범절을 보여 왔지만 오로지 우리에게만 오만한 모습을 취하여 왔다. 이런 오만한 자세는 비록 이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때에도 그러하였고 이번 김정은 정권에서도 이런 맥락에서 마찬가지이다.
 
실리적인 이익은 남한으로부터 충분히 챙기면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말처럼 “우리를 핫바지”로 취급하고, 나아가 정원홍 국무총리의 말처럼 “우리에게 굴욕을 강요”하고 있다. 보다 큰 틀에서 형님의 너그러운 아량으로 모든 형식적 위상을 초월하여 남북 간의 대화자체를 우선적으로 성사시켜 왔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북한대화방식의 전례가 오히려 우리의 위상정립을 우습게 만든 꼴이 되어 버렸다.
 
북한에 대한 환상과 착각의 결과이다. 북한은 남한을 결코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다만 남한이라는 지역 공간 내의 하나의 구성 집단으로만 규정하여 왔다. 그리고 북한의 이런 남한인식에 동조하고 있는 사람들이 활개치고 있는 대한민국은 참으로 자유로운 나라라 아니할 수 없다.

반면 34년 전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회담에 북한 조국전선이 등장하자 “당당히 격을 따져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춘향이 불렀는데 방자가 나오는 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라고 하면서 대화의 내용과 더불어 대화의 형식도 중요하게 챙겼다고 한다.

공자님의 “예(禮)”도 이런 맥락이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는 정말 아비규환, 흔한 말로 인간관계가 ‘개판’인 시대였다. 즉 ‘답지 않은 놈’들이 임금의 자리를 넘보고. ‘답지 않은 놈’들이 거들먹거리며, ‘답지 않은 놈’들이 약하고 없이 사는 사람들을 깔보고 지배하며, 그런 차원을 넘어 ‘답지 않은 놈’들이 이유도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죽이기 조차하는 살벌한 시대였다. 이런 시대에서 공자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 ‘사람다운 모습’을 정립하고자 무지하게 애썻다. 그런 가장 실천적인 사상이 ‘답다’이며, 사람사이에서의 ‘관계의 예’이다. 사람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런 치열한 공자님의 노력을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도 한다. 순간적으로 울컥거리는 자기의 감정들을 잘 다스리면서 옛 성인들의 시대에서 그랬듯이 정성과 예로써 사람을 마주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참다운 마음 없이 이러한 형식(形式)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2002년 히딩크 감독이 통쾌하게 타파시켜버린 바람직하지 못한 권위주의와 형식주의로 고착될 위험도 있다. 그러나 바른 형식은 그 내용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상관(傷官) 기운이 이런 예(禮)의 형식을 거추장스러운 것, 사람을 옭아매는 올가미, 사람의 본성을 위선으로 둘둘 감는 거짓덩어리로 보는 기질이라면, 관성(官星), 그 중에서 특히 정관(正官) 기운은 사람사이의 관계를 예라는 형식으로써 정립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기질이다. 이른바 ‘다운 사람’끼리 격에 걸맞게 처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러한 형식과 격을 중시하였다. 박전대통령의 사주는 정사(丁巳)년, 신해(辛亥)월, 경신(庚申)일, 무인(戊寅)시로 알려져 있다. 경신(庚申)은 무거운 쇠를 의미한다. 쇠로 만든 칼, 총, 대포, 미사일 등 무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경신은 차갑지만 혁신적 혁명적 기질이 있으며, 잡다한 혼란을 견디지 못하고, 가지런하게 정립하여 새로운 세계를 갈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방정토의 기운이 강하고 의(義)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의리가 있고 믿음을 중시한다. 인사신해의 역마방으로 천지사방을 쏘다니며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는 기운도 강하다. 연주의 정사(丁巳)와 시지의 인(寅) 중 병화(丙火)가 관성으로 격과 형식을 중시한다. 이러한 기질들이 통치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 북한접근방식도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격을 중시하는 기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격에 맞지 않는 남북대화를 고집하며 우리를 무시하는 한 그런 방식은 기질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모두, 저마다의 일상에서 결코 예의범절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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