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田園)에 마음을 기대다
전원(田園)에 마음을 기대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철 (관봉초등학교 교장)
많은 분들이 그렇듯 나 역시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3년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곤 평생을 진주를 떠나지 못하고 살았고 또 40년에 가까운 공직생활 전부를 지리산 권역인 진주, 하동, 의령, 산청에서 보냈으니 다른 분들에 비해 자연의 혜택을 적지 않게 입은 처지다. 그런데도 늘 시내의 시멘트집을 벗어나 전원의 맛과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한적한 곳에서 토담집을 짓고 여생을 즐기고 싶다는 꿈에 젖는다.

마음으론 이미 수십 채 넘게 집을 지었고 남들이 이미 지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부지기수로 드나들며 머릿속으로는 복잡한 계산을 한다. 그럴 때마다 도시의 편리한 생활 장점을 버리고 불편할 수도 있는 전원으로 자리 잡은 그분들의 용기가 무척 부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 전원생활은 경제적 여유가 넉넉한 일부 소수사람들의 전유물만은 아닌 듯하다. 이곳 서부경남 사람들의 생활권역이기도 한 지리산 기슭에 별 생각 없이 발을 디밀기라도 한다면 경치 그만그만하고 주변에 작은 개울물 흐르면 그곳엔 어김없이 이미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 한두 채는 꼭 있기 마련이다. 지어진 집이 없더라도 반듯하게 터를 닦아 집 지을 준비를 해둔 곳은 이미 부지기수다. 전원생활에 대한 꿈은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의 트렌드로 오래 전부터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 같다.

나 역시 우연히 기회가 되어 십여 년 전 큰 맘 먹고 마련한 진주 인근의 산 하나가 있어 틈만 나면 그곳을 찾는다. 길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있었고 경사진 북쪽사면이라 별 관심을 받지 못하던 까닭에 내게 기회가 온 것뿐이었다. 애초부터 산기슭에 있었던 두릅나무를 포기 나누기로 해서 여기저기 번식을 시켰고 또 소롯길을 넓혀 차가 다닐 수 있는 운재로를 내고 또 길 옆엔 하얀목련을 심어 가꾸고 길 아래쪽 경사진 곳엔 감나무와 모과나무를 심고 반대편 길 위론 옻나무를 심어 키웠다. 대개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어느 정도 결실을 볼 수 있다고 주변에서 권하던 수종이었다.

근무하던 학교의 뒷마당에서 어린 묘목을 주워 심은 느티나무가 어느새 키를 넘겼고 이제 주변의 숲을 덮을 정도로 크게 자랐다. 봄이 되자 두릅나무 여린 새순이 입맛을 돋우고 또 하얀목련 꽃은 산기슭을 덮었으며 유월인 이즈음 어리다 싶었던 매실나무도 이제는 물 오른 열매를 제법 매달기 시작한다. 교사시절 퇴근 후 땀 흘리며 잡목을 베어내고 흙을 일궈 틈틈이 심고 가꾸었던 나무들이 이제 퇴직을 눈앞에 둔 이즈음 그 보답을 하는 셈이다.

사람의 일년지계(一年之計)는 곡식을 심는 일이고, 십년지계(十年之計)는 나무를 심는 일이며, 백년지계(百年之計)는 사람을 기르는 일이라는 옛말이 실감나게 들린다. 교직생활 중 백년지계는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으나 십년지계는 그냥그냥 해둔 셈이 아닐까. 다행히 아직은 건강한 듯하니 얼마 남지 않은 정년퇴직을 기다리는 일도 즐겁다. 오늘도 산기슭에 여러 채 토담집을 지었다 부수고 또 새로 짓는 중이다.

김병철 (관봉초등학교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