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보는 부모-자녀관계
새로 보는 부모-자녀관계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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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육연구원장)
최근 고령화 사회의 비극적인 한 단면으로 노인 자녀가 더 나이든 노부모를 괴롭히고 학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2년 노인학대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즉 노인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38.3%로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신체적 학대 23.8%, 방임 18.7% 순으로 나타났으며, 그 뒤를 이어 경제적 학대, 자기방임, 유기, 성적 학대 등으로 나타났다. 노인을 학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본 결과, 아들이 41.2%로서 가장 많고 다음이 배우자가 12.8% 그리고 딸 12%, 며느리 6.4% 로 나타나 자녀들에 의한 노인학대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자녀에 의한 노부모 학대가 많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이 약 600만 명으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부모를 학대하는 노인 자녀들이 크게 늘고 있다. 노인 자녀에 의한 노부모 학대의 경우 “자식이 60대에 접어들면서 자기 몸을 추스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모를 수발하기 힘들게 되자 학대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노인관련 전문가들이 밝히고 있다.

부모-자녀 관계는 영속적인 관계이다. 부모-자녀관계는 자식이 출생되면서부터 시작해서 자녀가 장성하고 나이가 들더라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재생되는 관계이다. 또한 부모-자녀관계는 자녀 개인의 인성형성과 사회화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 된다. 자녀는 성년기에 이르기까지의 중요한 성장기를 부모의 영향 아래서 보내기 때문에 그들의 신체적 성장, 심리적 발달, 지식 습득, 직업선택 및 사회적 적응을 위한 능력의 토대가 부모를 중심으로 한 가족 안에서 구축된다. 즉 부모-자녀는 상호관계로서 부모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자녀에게 있어서 부모와의 관계 역시 매우 중요하며 절대적이다. 이러한 부모-자녀 간의 관계는 자녀가 자라 성인이 되더라도 노부모가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영속적인 관계이다.

그런데 노년기에 나타나는 노부모-성인 자녀관계는 자녀가 어린 시절에 형성된 부모-자녀관계에 기초한다. 다시 말해서 자녀가 어릴 때 부모-자녀관계가 어떠했느냐에 따라 자녀가 다 자란 성인기나 노년기 노부모-성인 자녀관계의 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젊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어떻게 지도하고 양육했느냐 하는 부모-자녀 간 관계의 질에 따라 노년기에 맞이하게 되는 성인 자녀-노부모 간의 관계의 질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신문기사에 나타난 것처럼 노부모를 학대하는 가해자가 아들이 41. 2%, 딸이 12%로서 노부모의 학대에서 전체의 53.2%가 자녀에 의한 학대라는 사실은 노부모-성인 자녀간의 심각한 갈등관계를 시사한다 하겠다. 평생을 키워주고 지지해준 노부모에게 성인이 된 자녀의 과반수가 노부모를 학대한다는 뜻이니, 이유야 어떠하든 간에 이는 심각한 양상이 아닐 수 없다. 노인에 의한 노인학대가 증가하는 배경 중의 하나는 치매가 급증한 탓에 학대받는 노인이 더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치매노인이 196건이었는데 비해 작년에는 394건으로 노인의 22.8%가 치매환자나 의심환자여서 노인학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요양시설로 입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설에서의 학대 또한 2008년 55건에서 지난해에 215건으로 해마다 대폭적으로 늘고 있다.

노인학대 문제와 관련하여 현재 의사를 비롯한 노인학대 신고 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노인학대 방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노인부양을 담당하고 있는 성인 자녀들의 노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문제라고 본다.

어릴 때 부모의 가없는 양육은혜를 감사하게 생각해 노인이 되어 힘과 능력이 떨어진 노부모의 현재 상황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자식은 ‘내리사랑’이라고 한다. 우리가 부모에게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다음세대인 우리 자녀에게 잘해주는 것이 마땅하고 또 중요하지만, 우리를 위해 갖은 고생을 겪으신 노부모님 세대도 인정하고 성심껏 보살펴 드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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