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은 생존권 위협하는 사회적 질병”
“장시간 노동은 생존권 위협하는 사회적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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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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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교수, 신간 '과로 사회'
“우리는 장시간 노동이라는 돼지우리에 갇혀 있다. 너무 오래 있다 보니 악취가 악취인 것도 모르고 있다.”(15쪽)

김영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학술연구교수가 쓴 ‘과로 사회’는 장시간 노동이라는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연평균 노동 시간이 209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둘째로 길고, 산재 사망률은 2위를 큰 차이로 앞서는 독보적 1위, 야밤에도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것도 모자라 주말까지 출근한다.

일하는 남성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2.8시간으로 OECD 꼴찌, 5일 남짓의 여름휴가 밖에 못 쓰고, 텃밭을 가꿀 시간조차 없고 입만 열면 바쁘다는 하소연을 늘어놓고, 아이를 키우려고 친정 근처로 이사를 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 관한 기록이다.

“장시간 노동이라는 예속을 해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바쁜 게 좋은 거야”라는 자조 섞인 위안,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자”는 위기의식, “그래도 늦게까지 궁둥이를 붙이고 있어야 상사 눈밖에 안 나지”라는 통념, “젊을 때 일을 안 하면 나중에는 일할 수 없다. 야근은 축복이다”는 왜곡된 신념이 뒤섞이면서 “어쩔 수 없지”라는 푸념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넘어서야 하는가?(30쪽)

이 책은 인터뷰, 언론 보도, 통계 수치를 적절히 활용해 장시간 노동을 바람직한 문화로 여기는 비정상적인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발한다.

여유로운 삶이 허용되지 않는 한국인들의 피폐한 삶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와 유사한 책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두 책은 해결책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피로사회’가 “자본주의화 된 인간은 스스로를 착취한다”는 메시지 속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색적 삶을 되살리는 일이다”라며 개인적 노력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과로사회’는 과로 사회를 해체하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에 방점을 찍는다.

책이 지적하듯 한국 사회에서는 장시간 노동이 성실함과 성공의 상징으로 미화되며 심지어는 ‘국민성’으로까지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장시간 노동이 생존권을 위협하는 ‘국민병’이라고 규정한다. 장시간 노동을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병에 관한 냉철한 인식이 바로 과로 사회를 해체하는 첫걸음이라고 저자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매진. 208쪽. 1만원.

연합뉴스

과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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