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재 (지역자치부 차장)
사천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거대 축의 하나인 수산부문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항공산업과 농업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은 많지만 수산업에 대한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불평이 많다. 실제 사천시 조직을 봐도 해당 분야별 업무를 관장하는 실·과·소의 비중이 극명히 대비된다. 농업기술센터가 3개과를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해 해양수산과는 10여년 전 해양수산실에서 과로 위상이 격하돼 지금까지 그대로다. 이런 가운데 사천시 삼천포지역의 수산경기는 위축을 거듭, 결국 도시 전체가 불 꺼진 항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수산업 침체가 장기·고착화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가 많다 보니 도시가 생명력을 잃어간다. 그나마 남은 이들의 한 가닥 기대는 도시회생을 바라는 마음이 전부다. 한때의 호황을 다시 볼 수는 없을지라도 떠나간 이들이 되돌아올 수 있는 터전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사천바다케이블카 유치에 환호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불거진 수리조선소 이전 문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에 산재한 소규모 수리조선소는 말 그대로 어로작업을 하다가 고장 난 선박을 수리하는 곳으로 수산도시에는 꼭 필요한 기반시설이다. 문제는 이런 시설이 민가와 함께 마을에 있어 소음과 분진 등 민원을 야기하고, 도시개발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천시의 입장에서는 관광사업 추진에 장애가 된다. 실제 대방의 수리조선소 두 곳은 사천시 관광명소인 삼천포대교 아래에 있다. 다리에서 보면 흉물에 가까운 선박의 부서진 파편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볼썽사납다. 삼천포지역 대표 공원인 노산공원 아래 조선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등산단 수리조선소 이전문제는 수산도시 삼천포항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단편에 불과하다. 대방마을은 사천바다케이블카 사업과 실안관광지 조성사업 등 사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삼천포항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수산업과 관광산업을 아우르는 종합적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전 주석 덩샤오핑(鄧小平)의 유명한 일화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전해온다. 인민의 배 불리자며 시장경제를 도입할 때 수정주의라고 트집 잡는 배타적 세력을 향해 외친 일갈로 오늘날 중국의 고속성장 배경으로 항상 거론된다. 덩샤오핑 논리면 사천시의 항공산업이든 수산업이든 시민들의 배 불리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경제 키우고 일자리 창출하는 것에 수산업과 항공산업이 다르지 않다는 소리다. 도시는 다양한 업종이 균형발전해야 완성된다.
정책은 선택과 집중이다. 최근 사천시는 도민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도체 성공에는 전담팀을 꾸려 업무를 총괄토록 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증상이 깊어 고질로 굳어가는 사천시의 수산업 활성화를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어떨까. ‘사천시 수산업 육성’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 도시·건축·도로·해양수산·관광·공단조성 등 종합 업무를 한시적으로 맡긴다면 지난 4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도체 전담 팀 못지않은 활약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날개 꺾여 주저앉은 수산도시 삼천포항에 새로운 날개 달아 비상토록 하라’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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