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성 기자
며칠 되지 않아 이 설문조사의 문항은 학생들이 ‘북침(北侵)’이라는 단어의 뜻을 혼돈해 나온 결과라며 문제제기됐다. 심지어 어른들조차도 ‘남침’과 ‘북침’의 뜻을 헷갈리니 학생들이야 오죽했겠는가.
문제는 설문조사의 결과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는 세력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종북몰이에 나섰고 전교조가 마치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처럼 호도했다.
최근에도 이 설문조사 결과를 들먹이며 역사교육이 잘못됐다고 부르짖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설문조사 내용이 충분히 의심스러울 것을 알 만한 안보단체 관계자까지 각종 글이나 연설을 통해 색깔론 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마치 북침이라는 답변이 많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그들의 학식이나 지위로 볼 때 설문조사를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일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국가보훈처가 청소년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남한이 북침을 했다’는 답변은 0.7%였다. 0.7%였던 답변이 9년 만에 69%로 높아졌다는 얘기는 그렇게 안보를 부르짖고 예산을 투입했던 MB정권의 안보교육이 무능했다는 뜻 아닌가. 자신들이 ‘친북’이라며 덧칠하던 참여정부가 안보교육을 더 잘했다고 반성이라도 해야 할텐데 말이다.
그래서 ‘북침’ 조사결과는 그렇게 우리사회를 종북으로 갈라놓고 싶은, 우민화 정책에 열을 올리고 싶은, 전교조를 때려부수고 싶은 불순세력의 도구라고밖에 의심할 수 없다.
‘북침’ 논란은 지난주 새누리당 소속 이학재 의원이 초·중학생 1489명을 대상으로 한 ‘안보·통일의식’ 을 조사한 결과 결국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24일 밝힌 조사결과에서 응답자 중 1292명(87%)은 ‘6·25는 북한이 일으켰다’고 답했고 ‘6·25는 남한이 일으켰다’는 응답은 5명(0.3%)에 불과했다.
불순세력들이 ‘역사교육’에 무차별 난사하던 화살을 이제는 ‘국어교육’으로 돌려지는 것은 아닐 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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