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학(暴虐)과 보훈교육
포학(暴虐)과 보훈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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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동명고등학교 교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2009년 10월 29일 새벽 3시 50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아프칸 전사자 18구의 유해 운구를 맞으며 부동의 자세로 거수경례하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운구식이 끝난 뒤 유가족들을 일일이 위로한 뒤 4시 45분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또한 미 국방부는 2004년 북한에서 발굴한 미군 유해들에 대한 DNA 조사와 치아 감식작업 등을 통해 한국전쟁 중에 사망한 돈.C. 페이스 중령의 유해를 최종 확인해 지난 4월 17일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했다고 한다. 전사 후 54년 만의 유해발굴과 8년간의 신원확인 작업 등 모두 62년이 지난 후의 결실이다. 페이스 중령의 딸인 바버라 브로일스(66)는 “조국이 아버지를 포기하지 않아 기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1999년 6월의 제1차 연평해전(처음엔 서해교전이라 불렸고, 2008년에 연평해전으로 격상시켰음)에서 승리한 제2함대 사령관 박정성 제독을 좌천시키고 결국 전역시켰는가 하면 2002년 6월 29일 6명의 전사자를 낸 제2차 연평해전 다음날 김대중 대통령은 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출국했었다. 그후 영결식에도 불참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여러 추모 행사를 최소화시켜 전사자 유가족이 외국으로 이민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 DJ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보훈적 의미에서는 대통령 자격이 많이 부족했던 분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은 6·25 발발 63주년이고,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6월도 저물어 간다. 각 기관과 단체에서 호국영령에 대한 추모식이 대대적으로 열렸지만 국민들의 관심 밖의 행사였고, 계기교육 등을 강조한 학교도 사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현충일은 공휴일로 ‘그냥 하루 쉬는 날’이 된 지 오래고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호국의식과 보훈의식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기원전 431년 펠레폰네소스 1차 전쟁 후에 페리클레스는 전몰자를 위한 연설에서 “전사자의 자식들이 18세의 성인이 될 때까지 아테네가 국고를 통해 양육비를 지급하겠다”고 한 것에서 국가보훈의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이 국가보훈의 원리는 ‘개인의 희생과 공헌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즉 ‘구국의 영웅적 행위에 대한 물질적 보상과 정신적 예우’가 보훈의 핵심이다. 아울러 국가보훈의 목적은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에 대한 존경과 감사,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을 국민에게 일깨우고(알리고) 후세에 계승하며 국가 위기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함에 있다.

우리 학생들이 육이오(6·25)를 ‘육점 이오’로 읽고 ‘남침’을 ‘남한에서 북으로 쳐들어갔다’고 해석한다고 한탄들 한다. 해방된 연도를 모르고 초대 대통령이 누군지 모른다고 혀를 차기 전에 우리 어른들을 돌아봐야 한다. 옛말에 이르기를 ‘미리 경계하지 않고 일이 이루어지길 바람(不戒視成)을 포(暴)라 하고, 가르치지도 않고 죽이는 것(不敎而殺)을 학(虐)’이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고 보훈의식이나 나라사랑이 부족하다고 매도하는 포학한 부모나 선생님, 포학한 어른들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문형준·동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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