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두번다시 전쟁은 안돼…"
"이 땅에 두번다시 전쟁은 안돼…"
  • 정희성
  • 승인 2013.06.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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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용사 송정용씨

송정용씨

“부상을 당해 휴가를 받았지. 고향으로 가던 길에 정전협정 소식을 들었어. 끔찍한 전쟁이 드디어 끝났구나 생각했어…. 기분이 참 묘했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침략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 6·25. 송정용(84·진주시 가좌동)씨는 전쟁 발발 후 1년 9개월 뒤인 1952년 3월 27일 군에 입대했다. 입대 후 송씨는 1사단 15연대 2대대 5중대 소속으로 경기도 연천에서 중공군과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6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송씨는 소속부대와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총알은 그래도 나았어. 무서운 건 포야. 250mm포가 옆에 떨어지면 눈에 불꽃이 튀고 엎드려 있어도 몸이 공중으로 붕 뜨곤 했지.” 그렇게 송씨는 하루하루를 사선에서 보냈다. 배고픔과 죽음의 공포가 그를 항상 따라다녔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그러다 송씨는 7중대로 전입됐다. “전투에서 7중대 병사들이 거의 전멸했지. 병사가 없었어. 그래서 5중대에는 신병 150여명을 보내고, 5중대에 있던 고참들이 7중대로 갔어. 당시 임진강 전투에서는 정전협정을 앞두고 한국은 북으로, 북한은 남으로 조금이라도 더 휴전선을 옮기기 위해 엄청 싸웠지. 우리는 호를 파고 있었는데 중공군이 엄청 밀고 왔지. 말도 마.”

송씨는 7월 17일 밤 10시, 수류탄 파편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송씨는 지금도 걷기가 버거운 상태. “몸에 수류판 파편이 3군데나 박혔어. 그래서 당시 마산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지. 부상자가 얼마나 많은지 마산까지 갔어. 근데 거기도 환자가 셀 수 없이 많은거야. 학교도 환자들로 가득 찼어.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공부하고. 거의 죽을 지경이 아니면 침대에 눕지도 못했어. 부대에서 휴가를 보내주더군. 환자가 너무 많아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집에 가서 쉬고 오라는 거야. 살아서 집에 못 갈 줄 알았는데….”

27일 마산을 떠나 고향으로 가던 송씨는 그때 정전협정 소식을 들었다. “정전협정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묘했어. 끔찍했던 전쟁이 드디어 끝났구나 생각했어. 그 기분 글쎄… 말로 표현하기가 참 그래.”

고향인 합천으로 돌아온 송씨는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다시 귀대해 최전방에서 근무했고 1956년 11월 22일 길고 길었던 군생활을 뒤로 하고 전역증을 손에 쥐었다. 그는 빛바랜 전역증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현재 경직된 남북관계를 묻는 질문에 송씨는 목소리를 높이며 “북한은 지독해. 그래도 전쟁만은 안 돼. 이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돼. 그럼 다 죽어. 사랑하는 손자·손녀 할 것 없이 모두 다.” 거실 침대에 앉아 인터뷰를 이어가던 송씨는 “25일날 뭐하실 거예요”라는 취재진의 마지막 질문에 큰 목소리로 말했다.

“기념식에 가야지. 진주교육대학교에서 해. 가서 ‘대한민국 만세’도 외치고 해야지…. 기어서라도 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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