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와 유진
진주와 유진
  • 경남일보
  • 승인 201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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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운 (객원논설위원,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진주시의 미국 내 유일한 자매도시인 유진은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의 친환경 도시이다. 남쪽의 캘리포니아주, 북쪽의 워싱턴주와 함께 미국의 태평양 연안 3대 주인 오리건의 중심 이미지는 단연 환경과 생태이다. 지배적 공간 이미지가 산림과 생태 그리고 오리건 해안인 오리건주는 첨단산업과 혁신의 현장이기도 하다. 포틀랜드 다음으로 오리건주의 중심도시인 유진의 중심 이미지도 환경과 교육이다. 인구규모에 따라 도시역량을 단순하게 평가하는 한국적 관성과 편견에서 바라보면 인구 15만 명, 광역권 인구 35만 명의 중소도시 규모일 뿐이나 유진은 새롭고 다양한 가치의 흡수와 교훈을 제공하는 학습장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녹색도시이며 자전거 도시인 유진과 근교의 야외 레크리에이션 인프라는 훌륭하다. 에메랄드 시티란 별명을 가진 유진은 미국의 트랙타운이라고도 불리는 전미 육상 트랙경기의 메카이다. 세계적 스프츠 브랜드 나이키의 출생지이기도 한 유진은 지난 2008 북경 올림픽 트랙경기 최종 선발전이 개최될 정도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연중 우기가 절반을 훨씬 넘는 기후 때문에 산림이 무성한 유진 지역은 다소 진보적 환경운동과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친환경 가치관이 강하며 신재생에너지 미국 모범도시이기도 하다. 오리건주의 중심산업 중 하나가 목재산업이라 벌목 반대 시위인 트리 시팅(tree sitting)의 발생지도 유진이다. 2008년까지 하이닉스 반도체 미국공장이 있었던 유진에는 적지 않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의 여름 날씨는 매우 훌륭하다.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 유진의 최고기온인 섭씨 20도 전후가 이것을 말해준다.

유진에는 오리건주의 대표 대학인 오리건대가 있다. 오리건대는 유진의 최대 자산이자 자부심이다. 2000년대 들어 낮은 생활비와 좋은 환경에 이끌려 한국에서 오는 교환교수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백인 인구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 세계의 유학생들을 품고 있는 대학도시이기 때문에 코스모폴리탄한 개방적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19세기 후반 지역발전을 위해 대학 설립기금을 마련해 주립대학을 탄생시킨 현장이라 미국의 여느 주립대학처럼 주민들의 대학에 대한 애정은 매우 극진하다.

윌라밋강과 맥킨지강이 만나는 유진은 남강을 가진 진주와 공간적 환경이 유사하다. 도시에 강이 있다는 것은 시민들에겐 큰 축복이자 자산이다. 개인적으로 1980년대와 2000년대에 이 도시에 상당 기간 거주했었고 계속적으로 오리건주와 유진에 대한 방문과 관심을 지속해온 필자의 경험으로는 진주시와 서부경남은 유진시 및 오리건주와 자연적 조건과 산업 인프라 특성에 있어서 닮은 점이 있다. 진주시는 서부경남의 중핵도시로서 서부경남의 산업 및 문화 인프라의 중심도시이다. 이러한 진주시의 위상 강화에 유진과의 협력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 간 자매결연이 성공하려면 파트너 도시에 대한 폭 넓고 깊은 학습이 필요하다.

진주시와 유진시의 자매 관계는 경상대를 비롯한 진주지역 대학들의 수요와 역량에 의해 더욱 포괄적이고 실질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될 수 있다. 오리건대의 학문적 기반은 경상대의 그것과 유사한 점이 상당하다. 유진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의 대학도시인 코발리스 소재 오리건주립대의 농업생명, 해양과학도 그러하다. 이처럼 진주시와 지역대학들이 유진 및 오리건주와 공유할 점이 많이 있다.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이 국제교류에 있어서 파트너가 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자 효율적 전략이다. 산업경제 협력은 물론 교육문화 부분의 좋은 협력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다. 민관협력 경험을 공유할 수도 있으며 시민 상호간의 문화교류 활성화도 기대된다. 아시아지역 자매도시가 둘 뿐인 유진에게 진주는 한국에서 유일한 자매도시인 만큼 매우 소중한 국제 파트너이다. 진주시가 경상대를 비롯한 지역대학들과의 유기적 네트워크 속에서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유진시 및 오리건주와 의미 있는 협력관계를 실현하길 바란다. 이젠 한국 도시의 국제교류도 형식적 방문교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호혜적 성과가 있는 수준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강정운 (객원논설위원,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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