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에 쑥쑥 자란 잡초제거에 바쁜걸음
장맛비에 쑥쑥 자란 잡초제거에 바쁜걸음
  • 경남일보
  • 승인 201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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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김매기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도 지났다. 한낮에는 작열하는 햇볕 때문에 들에 나가 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매실 수확을 하느라 김을 매지 못한 밭은 바랭이가 장맛비를 맞고 쑥쑥 자라 풀밭으로 변해 버렸다. 주초에 바랭이를 뽑아내기 위하여 호미를 들었다가 땅에 물기가 많아 며칠 기다리기로 했다. 땅이 마르기 전에 김을 매면 능률도 오르지 않을뿐더러 젖은 흙이 굳으면 농작물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땅이 젖어도 일하는데 지장이 없는 일을 찾아 수확을 마친 매실나무를 돌아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매실농가에서는 수확을 끝낸 매실나무를 그냥 내버려 둔다. 우리도 지난해까지는 수확을 마치면 겨울 전정을 시작할 때까지 방치하다시피 했다. 수확이 끝난 매실 밭을 다시 찾아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봄에 다 잡아 모조리 잡아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복숭아 유리나방이 아직도 남아 수피 속을 갉아먹고 있었다. 개체수도 지난봄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나무에 피해를 입히기에는 마찬가지였다. 한 여름이 되어 매실나무를 보면 잎이 시들시들 활기를 잃고 늘어져 있는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경우 복숭아유리나방애벌레이 입힌 것 같았다. 어떤 경우는 나무 밑둥치에 기생하며 수피와 목질부 사이를 갉아먹으며 구멍을 파고 돌아다녀 나무를 말라죽이기도 한다. 수피에 매실나무 송진처럼 진액이 남와 있으면 애벌레가 수피 속 어딘가에 기생을 하고 있는 증거였다. 매실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살피며 3일간 작업을 했다.

그늘이 있는 과수원에서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더위를 피해 아침저녁으로 일을 한다. 봄에 심었던 감자를 캐고 들깨 모종을 옮겨 심는 작업도 오후 햇살이 기울고 작업을 했다. 겨우 한 이랑만 심었는데도 감자를 캐고 보니 양이 60kg이나 되어 이웃에도 나눠주고 멀리 있는 친지들에게 택배로 부쳐 주었다.

관심을 다른데 두었던 사이 오이와 가지도 주렁주렁 달려 찬거리는 자급자족을 하고도 남아 이웃에 나눠 먹기도 한다. 줄로 쳐서 넘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오던 고추도 열매가 열리자 무게를 못 이겨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세워 주었다. 텃밭이 꽉 차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자 사람의 손길도 자주 가야 하는 것 같다. 간식거리 하자고 심었던 토마토도 제멋대로 자라 잡풀 속에 쓰러져 있던 것을 세우고 지지대를 받쳐 주었다. 단호박도 땅 바닥에 열리면 썩는다고 덩굴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대나무를 잘라 호박구덩이 옆에 세웠다. 덩굴이 마구 자라 농로까지 자라나온 수박덩굴을 밭쪽으로 걷어 넘겨야 했다.

제일 골치 아픈 것이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다. 특히 바랭이는 장맛비를 맞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 밭을 온통 바랭이 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비닐로 멀칭을 했는데도 틈새를 뚫고 나와 여기저기에 큰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바랭이는 어릴 때 뽑으면 쉽게 제거할 수 있으나 마디가 늘어나면 마디마다 뿌리가 나와 여간 힘들지 않다. 농작물 사이에 난 잡초는 일일이 손으로 제거해야만 했다. 잘못하면 농작물이 잡초와 같이 뽑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작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멀칭이 안 된 이랑과 이랑사이 공간에 난 잡초는 괭이로 파낸 후 갈퀴로 긁어내기로 했다.

최근 시골에는 유해조수 때문에 농작물 피해를 많이 입는다. 우리 마을도 예외가 아니어서 고라니와 멧돼지의 피해를 막지 못하면 농사를 망치기 일쑤다. 고라니는 새로 심은 어린나무의 부드러운 새순을 따먹기 때문에 그물망을 치지 않으면 나무는 자라지 못한다. 보호망도 낮으면 훌쩍 뛰어넘고 들어와 피해를 입힌다. 고라니는 나무뿐만 아니라 고구마와 콩밭 등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미운 짓을 하고 다닌다. 잡초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설치한 비닐멀칭을 밟고 다니며 구멍을 내 못쓰게 하는 것도 고라니의 짓이다. 올해 심은 매실나무 순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물망을 덮었다가 어느 정도 자란 것 같아 벗겼더니 다음날 바로 뜯어먹어 밑둥치만 남아 다시 씌워야 했다.

멧돼지에 비하면 고라니의 피해는 적은 편이다. 멧돼지는 무리를 지어 다니며 한 번 침입하면 밭을 뒤집어 농사를 망친다. 특히 고구마는 뿌리가 들기 시작하여 멧돼지의 표적이 되면 하룻밤 사이에 헤집어 망쳐버린다고 한다. 과수원에도 찾아들어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흔들어 수확기를 앞둔 과일을 떨어뜨려 못쓰게 만든다. 얼마 전까지는 멧돼지의 피해로부터는 안전하다고 여겼던 우리 마을에도 멧돼지 피해가 커지고 있어 수확기를 앞두고 대비책을 세워야 할 형편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밭매기
김매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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