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만남의 기회를 갖자
아름다운 만남의 기회를 갖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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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시인, 하동 악양초등학교 교사)
지난 토요일 필자의 고교동창 모임인 전국 331동창회가 발족되었다. 지난 시간 우리네 거친 삶이 너무나 바쁘고 닥친 일거리가 산재하여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친구를 찾는 일은 사치인 양 여기면서 묵묵히 일하며 살아온 세월을 보낸 뒤였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백 수십명 정도의 동창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걸음에 달려와 아름다운 재회의 장을 연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선 임원진 선출회의에서 3개월 동안 카톡단체방을 만들어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찾아내어 오늘날의 후끈한 결속력을 만들게 한 불씨를 지핀 주역인 창원의 임종화 친구가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그는 외국인 계열회사에 추천되어 십수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각지에서 6개월에서 2년씩 번갈아 근무하며 살아오다가 최근에 한국에 정착하여 밀양에서 작은 ‘우림테크’라는 자동차부품 및 기계부품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의 초창기라 시간에 쫓기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오랜만에 고국에 정착하여 처음으로 동창회에 참석하였을 때 15명 남짓 소수가 모여 있는 실상을 보고 횃불을 치켜들고 앞장서서 흩어진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무심히 보낸 세월의 더께가 30년 동안 두터운 벽을 마련했을 터인데도 불과 3개월 만에 실로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졌던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야말로 아름다운 열정의 결과인 동시에 장거를 이룩해 낸 것이다.

인생여정의 절반을 넘기고 고난과 역경을 견디며 살아 온 세월의 무게 앞에서 만난 친구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해후를 통해 너와 내가 아닌 우리는 하나로 결속되었다. 흔히 사람들은 어떤 친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바뀐다고 하는 말이 공감되는 시간이었다.

필자 역시 지난 시간 이러한 친구들의 아름답고 뜻 깊은 취지에 감동하여 200여명 정도 모아 놓은 단체 카톡방에서 지펴 놓은 불씨에 부채질을 하는 역할을 해왔다. 뜨거워진 가슴으로 쓰고 331동창회원들에게 바친 시를 그 날 낭송하였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아름다운 만남을 갖자는 의미를 담아 지면에도 소개하고자 한다.



친구야, 우리 만남을/인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말하자//머나먼 시공간을 돌고 돌아/등불을 켜들고 찾아온 너는/어느 머언 별에서 헤매다/우정의 이름으로 태어난 걸까/그 별 하나가 다가와/우리를 반짝이게 하고 있구나//우리가 걸어온 발자취/황매산 자락 지리산 굽이굽이/사평 뜨락 총총히 빛나던 별들 아래/눈부시게 펼쳐 놓은 우리들의 꿈/벌써 수런수런 꽃을 피우며/행복의 꽃무늬를 세상에 드리우고 있나니//오랜 기다림 끝/남은 밤마다 시들지 않을 우리들 얘기로/기다림에 지친 눈썹 짙은 그리움에게/아련한 사랑의 추억을 건네 보렴//걸어야 할 발걸음이 무거워지고/걸어갈 하루하루가 팍팍해지거든/그리운 이름과 얼굴들을 떠올리며/남은 날 모두 20대의 청춘보다/더 뜨겁고 화사하게 꽃피워 보자꾸나//함께하고 싶은 생의 전환점에서/불면의 세월로 서성이며/너를 너를 기다리는 나는/운명을 거스르지 않은 또 다른 계절이란다//친구야, 오늘 우리 해후는/인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말하자

최숙향 (시인, 하동 악양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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