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우 기자
그는 충남 부여출신으로 선수시절에는 당대 세계를 평정했던 박주봉·김문수 등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지도자의 길을 선택해 지난 1990년 밀양고등학교 순회코치를 시작으로 밀양과 첫 인연을 맺었다. 선수시절 이루지 못한 꿈을 지도자로서 이루겠다며 라켓 하나만 들고 밀양땅을 밟았다.
그의 꿈은 2년 만에 현실화됐다. 전국대회를 잇따라 제패하며 밀양고를 전국 최강팀으로 올려 놓았다. 이를 계기로 김 감독은 청소년 국가대표팀 코치로 발탁돼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이때 키운 대표적인 선수들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남자단식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며 은메달을 따냈던 손승모 선수와 2008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재진·황지만 선수들이다.
지도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김 감독은 2001년에 밀양시청 창단감독으로 제2의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다. 당시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5명의 선수로 팀을 꾸렸지만, 창단 3년 만에 그의 능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각종 전국선수권대회와 전국체육대회 등에서 강팀들을 꺾으며 우승을 차지해 밀양시청팀을 전국 최강에 올렸다.
밀양고와 밀양시청은 지방에 위치한 팀이라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지만, 김 감독은 이를 극복하고 값진 성과를 거둔 것이다. 김 감독의 이 같은 성과는 ‘자율’과 ‘믿음’이 뒷받침하고 있다. 자율에서 우러나오는 선수들과의 믿음이 팀을 전국 최강의 자리에 올렸고, 지도자로서도 명장의 반열에 올라갈 수 있는 최상의 수단이었다. 성격도 과묵하다. 허언을 하지 않고 말수도 적으며, 충청도 양반답게 예의도 바르다.
최근 김 감독은 밀양시청팀의 성적 저조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날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이게 발단이 돼 밀양강에 들어갔다고 한다.
“김 감독, 아직도 당신은 할일이 많습니다. 운명이 다하지 않았다면 어서 힘을 내 빨리 돌아오시오. 많은 사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