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啄同時)
줄탁동시 (?啄同時)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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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아직 구구단을 깨우치지 못한 손자와 누가 먼저 외우는지 내기를 했다. 짐짓 구구단을 모르는 것처럼 위장을 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내친김에 곱셈도 가르쳐 셈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했고 손자와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한자숙어에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올 때 안에서 쪼는 소리를 듣고 어미닭이 밖에서 껍질을 쪼아 부화를 도와준다는 뜻이다. 스승의 도움으로 제자가 학문을 깨우치는 컴비네이션을 말할 때 자주 쓰이는 숙어이다. 구구단을 외우게 한 방법도 줄탁동시였다. 중국 임채종의 공안집(화두집)에 나오는 말로 불가의 화두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한·중·일 30인회라는 모임에서 공동의 상용한자 800자를 확정했다고 한다. 아시아의 공유가치를 넓히고 세나라 미래세대들의 교류확산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어령 교수와 일본의 교토대, 중국 인민대가 참여, 중국의 상용한자 2500자와 일본의 1006자 중에서 공통된 995자를 뽑고 이를 우리의 900자와 대조, 800자를 골랐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공유가치의 확산으로 아시아의 지혜의 기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중·일 세나라는 한자라는 문자를 공유하고 있다. 아무리 부인해도 한자의 해득 없이는 고전을 접할 수 없고 이미 국어화된 한자숙어와 단어를 스스로는 깨우치기 힘든 현실이다. 이에 쉽게 깨치고 공유할 수 있는 상용한자를 만든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기성세대들의 배려가 아닐 수 없다. 미묘한 3국관계도 문자와 문화를 공유하면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그러나 상용 800자도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야말로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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