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스펙과 스토리
취업 스펙과 스토리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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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취업경쟁이 심화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 소위 스펙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스펙(spec)은 해당 제품에 대한 제품설명서(specification)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말로 깜냥, 즉 스스로 일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다. 취업준비생이 갖춰야 할 스펙세트로서 학벌, 학점, 토익, 인턴, 자격증, 봉사활동 등이 기본이고 여기에 교환학생, 어학연수, 공모전 수상, 방송출연, 출판 등이 더해지고 심지어 최근에는 성형수술까지 추가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느라고 스펙과 관련 없는 동아리 활동이나 교외활동은 돌아볼 여유도 없이 보내고 있다.

스펙과 대비되는 스토리(story)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가치를 지닌 이야기로서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는 결정적 요소이다. 스펙과 마찬가지로 스토리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글로 기록하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야 쌓여진다. 스토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슴 깊이 남을 수 있는 근원적 체험을 통해 어떤 문제와 마주쳤을 때 본능적으로 해결하려는 열망과 창의력을 느껴봐야 한다.

김정태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에 스펙과 스토리를 구별하는 사례가 나와 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눈먼 소녀의 팻말에 ‘저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합니다’라는 문구가 선천적 스펙이라면, ‘봄이 오건만 저는 봄을 볼 수 없는 소녀입니다’는 후천적 스토리이다. 두바이의 7성급 호텔이 세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스펙이라면 마닐라 호텔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비롯하여 수많은 명사들이 묵었던 스토리이다. 딱딱한 기록으로 채워진 삼국사기가 보물 525호로 스펙이라면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로 채워진 삼국유사는 국보 306호로 스토리이다.

김성호가 쓴 ‘일본전산이야기’에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일본전산의 독특한 채용시험이 소개되고 있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은 ‘목소리 크기 시험, 밥 빨리먹기 시험, 화장실 청소시험, 오래달리기 시험’ 등을 통해 긍정적 태도와 적극적 태도를 가진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실제 기업들이 지원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스펙보다 인성을 볼 수 있는 스토리이다. 대학시절의 짧은 기간에 스펙과 스토리를 모두 갖추기는 어렵지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말고 자신을 균형 있게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타도 있지만 뒤에서 묵묵히 이를 뒷받침하는 조연도 필요하다. 기업에서도 뛰어난 스펙과 능력을 가진 사원과 더불어 자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원도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을 목표로 할 것인가는 각자 개인의 몫이지만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의 고사처럼 취업의 뜻을 가지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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