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스님 (단속사)
욕심을 버리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일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얽히고설켜 이뤄진 인간관계에서 뛰어난 자신의 능력을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가는 의미일 것이다. 다랭이 논을 보면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논의 물이 가득차면 자연스럽게 아래층의 논으로 물이 흘러내려 보내듯이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나눠 가져도 자신의 것은 결코 조금도 줄지 않는다.
볼일이 있어 먼 길을 떠나기 위해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미리 버스 기사가 나를 위해 버스를 대기하고 기다려 주고, 두 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휴게소에 들러 불편한 일이 없도록 간단한 용무를 보게끔 배려해 준다. 종착지에 이르면 ‘그동안 편안한 여행이 되셨습니까’라는 안내방송으로 알려준다. 승용차가 없어 불편하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버스기사가 나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구나. 이에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스기사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나면 어느새 얼굴에서 행복의 미소가 그려진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정성들여 만든 마음의 선물을 누군가에서 전해주면 선물을 받는 상대방은 벅찬 감동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또한 상대방은 자신의 마음을 준비해 보답하게 된다. 서로 가끔 만나 차를 마시게 되면 얼굴에는 웃음이 넘쳐나고 찻잔에는 행복이 녹아 있다. 행복은 먼저 찾아가 마음을 전하는데서 비롯된다.
그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풀만 무성히 우거져 있는 지리산 자락에 있는 조그만 토굴에 내가 머물고 있다. 천년의 기와 조각을 버리지 않고 대나무 숲에 정성들여 모아 둔 것을 하나하나 옮겨와 마당에 용을 제작했다. 곳곳에 돌로 화단을 만들고 돌, 기와, 나무, 꽃 등 소중하게 여겨 꾸며 놓는다. 이렇게 꾸민 도량에서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자라나 해맑은 웃음으로 몽글몽글 피어나는 꽃들이 환하게 화답을 한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이것을 보고 느끼며 행복의 의미를 가슴에 새겨간다. 이처럼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꾸고 다듬으면서 그 소중함을 느끼고 이곳에 사는 것이 엄청 고맙다는 감동이 우러나와야 한다.
무주스님 (단속사)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