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저지 '위안부 기림碑' 찾은 할머니
美 뉴저지 '위안부 기림碑' 찾은 할머니
  • 이은수
  • 승인 2013.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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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수 기자
지난주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팰리세이즈파크시를 다녀왔다.
이 곳에는 미국내에서 위안부 기림비가 최초로 건립돼 주목받고 있다. 팰리세이즈파크시는 공립도서관 옆에 기림비를 세우고 구 일본군이 위안부로 20만 명 이상의 여성과 소녀들을 납치한 사실을 기록했다. 기림비는 한아름에 들어올 정도로 작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를 둘러싸고 일본이 벚나무 기증을 조건으로 철거를 요구해 시측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일본 총영사관측은 시장 측을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교환조건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인근 뉴욕시에도 같은 비의 설치가 계획되고 있는 가운데 한·일 양국 사이에 쟁점화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가 미국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 일본 뉴욕 총영사관은 지난 1일, 팰리세이즈파크의 로톤도 시장 등과 만나 기림비의 철거를 요청했고 시장 측은 기림비는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아니고 전쟁의 참상을 후세에 전하는 것이 목적으로 철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임스 로톤도 시장은 본보와 만나 "노예제도에 희생된 흑인,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 등 전 세계의 인권 피해자들을 기리는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비석 건립은 마땅한 일"이라며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성노예(sexual slavery)를 강요당한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출신의 수십만 여성과 소녀들을 추모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곁에 있던 이종철 시의장 역시 "일본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극우 정치인이 공식 선거 벽보를 통해 일분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모욕했지만 일본 선관위는 나 몰라라 한다"며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격앙했다. 지난해 6월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저지른 일본 '유신정당 신풍'의 스즈키 노부유키 대표는 위안부 소녀상을 '매춘부상'으로 폄훼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86) 할머니가 지난 15일 위안부 기림비를 찾았다. "열다섯 살에 동네를 거닐다가 강제로 끌려간 일본군 위안소는 도살장이었다"며 아픈 과거를 떠올린 할머니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로 다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가족과 연락할 수 없었고, 매일 강제로 일본군을 상대해야 했지만 자살조차 할 수 없었다. 위안소를 탈출했다가 붙잡혀 다시 끌려오기도 했는데, 일본군 헌병이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게 해주겠다'며 군도(軍刀)로 팔과 다리를 내리쳤다"고 몸서리쳤다. 할머니가 소매를 걷자 오른쪽 팔뚝에 길이 4~5㎝의 칼자국이 두 줄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할머니의 증언을 듣던 사람들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이 할머니는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었는데 미국에서 이렇게 우리를 기억해줘 감사하다. 한이 많이 풀린 느낌"이라 했다. 차제에 우리는 그간 뭘 했는지, 되돌아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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