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관문 터미널을 바꾸자
진주의 관문 터미널을 바꾸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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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EU연구소장·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리옹은 프랑스 동남부에 있는 파리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파리의 드골공항을 거쳐 리옹에 도착하면 그 공항의 초라한 규모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잠시 후 활주로에서 공항건물에 가까이 오면서 그 경시하던 생각이 금방 없어지게 된다. 눈앞에 마치 한 마리의 큰 독수리가 금방 날아갈 것 같은 형태를 가진 환상의 공항건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느낌이 얼마나 인상적인지 한 번 본 사람은 잊어버리기가 쉽지 않다. 사실 이 공항의 정식 명칭은 세계적인 동화 ‘어린왕자’의 작가 이름을 딴 ‘생텍쥐페리 공항’이다. 이는 그가 리옹 출신이며 직업이 작가인 것 외에도 비행기 조종사였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유명인사의 이름과 독특한 건축형태의 차용은 공항 자체뿐 아니라 그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리옹 사람들의 속내가 있다. 사실 우리처럼 프랑스도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형성하고 있어 수도인 파리의 규모와 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최근 고속철도나 공항교통 발달은 지방 도시들의 경쟁력을 손실로 이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리옹은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빛의 특화도시로 변모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같은 계산에서 공항을 규모보다는 그 이름이나 건축미학적 특징을 통해 돋보이게 했고, 이로써 도시의 브랜드 효과와 경쟁력 상승을 기대했다.

사실 꼭 리옹 외에도 수많은 도시들이 방문객에게 이러한 뜻으로 공항, 철도역, 버스터미널 등의 도시의 관문을 수려하고도 독특하게 꾸미는 노력을 해 왔다. 런던, 뉴욕, 파리, 베를린 등의 웬만한 세계적인 도시들은 영화 속의 배경이 될 만큼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관문 건축물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작은 도시나 마을도 이를 통해 뭇사람들의 사랑과 기억 속에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주의 관문인 진주역과 버스터미널을 옮겨 새로 단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이는 우선 시외교통 수단의 효율적 연계를 위해 이들을 한곳에 묶어 두자는 데에 그 이유가 있었다. 또한 그 부적절한 위치 때문에 발생하는 도시 내 교통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이와 더불어 이들이 도시이미지 상승을 위한 관문으로서의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던 차에 진주역사는 이미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하지만 특히 시외버스터미널은 옛날의 장소에서 꿈쩍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오늘 같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진주처럼 아름다운 도시의 터미널 건물과 시설이 이처럼 낙후되어 있어 방문객에게 첫 인상을 구기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또한 버스, 택시, 승용차가 혼재하는 터미널 주변의 교통상황은 천년 명품의 도시 품격마저 훼손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문객은 물론이고 시민들마저 부끄러운 마음에 우리 도시의 관문을 황급히 빠져 나오기가 일쑤다. 이러한 것이 특히 진주출신의 젊은 세대에게 자긍심을 손상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도 든다.

이런 때에 다행히도 진주시는 적절한 부지를 확보하고 민자 사업자를 선정하여 복합터미널을 조성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상업, 업무, 문화, 여가 등의 시설들이 터미널과 함께 들어서는 멀티플렉스 개념의 초현대적 종합단지로 계획되어 있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터미널이 이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그 소유주들의 결정이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꺼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최근만 해도 생긴 혁신도시, 신역세권, 가좌 대학촌 등이 도시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놓음으로써 터미널 위치변경이 곧 이용률 감소의 초래라는 우려를 이미 종식시킨 상태이다. 이제 거대도시로 막 탈바꿈하는 메트로폴리스 진주에 꿈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수려한 터미널이 등장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최만진 (EU연구소장·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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