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의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서부경남
상생(相生)의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서부경남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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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섭 (객원논설위원, 사천포럼 상임대표)
요즘 흔히 상생이란 말이 나오면 으레 대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의 갑과 을의 관계를 머리에 떠올린다. 그러나 상생이란 말이 오직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적용되고 있다. 상생의 출발은 양보와 희생이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상생을 이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장의 양보가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패배로 인식되는 현실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누구도 용기 있게 눈앞의 작은 이득을 포기하자고 주장하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다. 이러한 판단의 내면에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상생이 아니면 갈등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갈등비용은 연간 약 3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 해 예산과 맞먹는 금액이다. 우리는 지금 치열한 경쟁을 동반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돈만이 경쟁력을 만드는 자본이 아니다. 신뢰를 동반한 사회·문화의 자본이 더 많은 가치를 가진다. 사회구성원 간의 협력과 그 협력을 가능케 하는 신뢰의 규범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 한다. 그동안 산업화 시대에 국가 주도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마감하고 최근 몇 년 사이 성장의 잠재력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서 사회구성원 간 신뢰가 무너져 지역발전은 물론 국가발전과 정치·사회발전도 발목을 잡고 있다. 선진국으로 가는데 반드시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관문이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다.

2010년 영국 런던의 레가툼 연구소의 ‘레가톰 번영지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110개국 중 사회적 자본 부문은 59위로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국부의 81%를 사회적 자본으로 만들어냈지만 후진국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줄어든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사회적 자본은 저성장 및 양극화시대에 접어든 한국사회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준다고 했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13년 1월 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이 선진국을 향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사회적 자본을 쌓는 것이고, 사회적 자본은 결국 신뢰”라고 강조했고, 대통령 취임사 또한 사회적 자본을 키워드로 삼았다.

학자 출신답게 가장 먼저 염홍철 대전시장이 지난 1월께 ‘사회적 자본확충 정책비전과 계획’을 발표하고 대전시의회가 전국에서 최초로 ‘대전시 사회적 자본확충 조례안’을 제정해 선도모델을 제시 했다. 지난 4월에는 제주도의회가 ‘사회적 자본관리 및 육성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러한 조례들은 사회적 자본확충이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어내는 유·무형의 핵심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트랜드에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 지자체의 대응은 어떠한가. 다소 실망스러운 분위기다. 지역 낙후를 극복하기 위한 상생적 협력이라는 총론에는 동의하면서 개별적인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과거부터 광역쓰레기장 문제, 혁신도시 유치문제, 사천공항 활성화 문제, 항공국가산단 문제, 뿌리산단 문제, 항공특화단지 문제, 지리산케이블카 선정문제, 산청엑스포 지원문제 등 지역 현안들에 대해 서부경남 전체의 상생을 위한 공감대보다는 개별 지자체의 독자사업으로 간주하고 경쟁과 성취라는 소모적인 대립에 몰두했다.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여 상생적 지역발전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는 지자체와 비교하면 구시대적인 착오다. 전국에는 지자체 간 상생 협력을 통한 발전적인 모델이 수없이 많다. 독창적인 모델이 없으면 벤치마킹을 통해 한 단계 발전시켜 새로운 모델을 만들면 된다. 혁신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도 전국적인 능력을 가지고 지역발전을 선도할 인물도 있다. 한 사람의 탁월한 지도자가 지역을 변화시킨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릇의 인물을 지역민은 원한다. 물론 신뢰를 통한 사회적 자본형성과 지역발전의 길은 한 사람의 능력이나 정치력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상대가 원칙과 신뢰를 지키고 합리적 대안으로 접근할 때,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합리적 의사가 모일 때 모두의 이익이 담보될 것이다. 진정 지역발전을 추구한다면 불필요한 소모전이나 갈등보다는 서로의 특성과 강점을 밀어주어 서로 상생하는 지혜와 현명함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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