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찾아오는 전력난, 누구의 잘못인가
해마다 찾아오는 전력난, 누구의 잘못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길우 (진주교대신문사 편집국장)
장마와 함께 높은 습도와 무더운 날씨를 자랑하는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가정이 에어컨을 보유하고 에어컨에 의지하여 여름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가정이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여름마다 찾아오는 뉴스 소식도 있다. 바로 전력난. 많은 국민이 에어컨을 너무 많이 가동한 나머지 전기가 부족해서 전력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1인 가구 전력 소비량의 통계자료를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전력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말도 여름마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말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전력을 흥청망청 사용해서 전기가 부족한 것일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1인 가구 전력 소비량의 통계자료는 기업, 가정, 관공서의 전기가 모두 포함된 1인당 전기 소비량이라는 점이다. 이런 통계가 우리나라의 국민이 OECD 평균보다 많이 쓰고 있다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사실상 가정의 전력 소비량만을 가지고 1인 가구 전력 소비량을 계산해보면 미국의 1/4, 일본의 1/3 정도의 수준밖에 나오지 않는다. 해마다 발생하는 전력난이 사실상 국민의 잘못보다는 많은 기업들의 전력 소비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전력은 가정용 전력과 산업용 전력이 나뉘어져서 공급된다. 즉 가정에서 소비하는 전력과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전력은 사실상 다른 전력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성장 우선 정책으로 인해 산업용 전력은 가정용 전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값싼 산업용 전력으로 공장들이 엄청나게 돌아가게 되고 이로 인해 전력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 맞는 분석이다. 물론 이 전력난의 원인을 기업에게만 묻기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에서도 전력난이 발생하면 공장의 가동이 멈춘 것에 대한 보상은 물론 연간 많은 돈을 보상해주고 지원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기업은 성장을 엄청나게 하게 되는 반면 이런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줄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전기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싸서 국민들이 전기를 방탕하게 쓰고 낭비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는 2000년대의 물가안정 정책과 산업지원의 이유로 전기료가 오르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싸 보이는 것일 뿐이다. 전기료를 인하를 한 것이 아니라 올리지 않았을 뿐이다. 게다가 산업용 전기, 누진세 적용 이전의 형태의 전기료가 싼 것일 뿐이지 가정용 전기에 누진세를 적용시켜 전기료를 평균 내어 보면 비싼 편에 속하게 된다. 또한 가정용과 상업용의 전기료만 오를 뿐 근본적인 문제의 산업용 전기료는 그대로라서 전기료를 올려봤자 전력난 해소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목소리도 많다.

국민이 전력을 낭비해서 전력난이 오니 국민들은 전력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소리는 얼핏 국민들이 외화를 흥청망청 써서 IMF가 발생했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현실적으로 국내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무언가 일만 터지면 국민들에게 근검과 절약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