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섬진강
  • 경남일보
  • 승인 2013.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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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스님 (단속사)
섬진강은 남해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닷바람과 지리산 계곡에서 불어오는 차디찬 겨울바람을 맞아들인다. 매서운 추위 속에 자신을 더욱 강하게 다져온 매화나무가 3월에 짙은 향기를 내뿜으며 화사하게 꽃잎을 열어 보인다. 매화나무는 솜털구름을 잡아내려 꽃이불을 덮고 따사로운 봄기운에 사르르 잠을 청한다. 이 따사로운 봄철, 섬진강변에 매화가 화사하게 흐드러지고 짙은 향기는 강바람을 타고 끝없이 퍼져 나간다.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하동포구는 밀물과 썰물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도다리, 숭어, 벚굴 등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 수많은 재첩과 물고기 등 생명의 탯줄을 품고 있는 하얀 백사장이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게끔 펼쳐져 있다. 하얀 백사장과 매화나무의 화려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걷는 여유로움의 멋을 만끽한다. 이때, 자연과 더불어 숨겨진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구례의 산수유, 화개의 십리 벚꽃, 진달래, 개나리, 복사꽃, 사과꽃, 배꽃, 감꽃 등으로 섬진강은 수채화로 물들이며 봄날은 깊어만 간다.

섬진강에 바짝 붙어 있는 자연풍광을 바라보면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현재인 지금 행복한 것을 느끼면 과거의 섬진강은 어떠했겠는가. 다가올 미래의 섬진강을 바라보자. 섬진강에 바짝 붙어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매실을 얻고, 더 많은 녹차를 얻고, 더 많은 배와 감 등 과일을 얻기 위하여 더 많은 농지를 개척하고 마구 농약을 뿌린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더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기 위해 오염된 오·폐수를 마구 쏟아낸다면 미래의 섬진강은 어떻게 되겠는가.

섬진강이 각종 오염으로 중병을 앓으면 섬진강에 사는 사람도 자연도 더불어 같이 중병으로 몸살을 앓는다. 물은 생명의 근본이 되는 탯줄이다. 그러나 물이 오염되면 수많은 생명들이 고통 속에 살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섬진강이 중병을 앓으면 그때의 절박한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섬진강이 아프기 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아껴주며 지켜줘야만 한다.

깨끗한 섬진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욕심의 절제와 섬진강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부심으로 정성을 들여 가꾸고 다듬어진 섬진강은 찾는 이들에게 더 많은 행복감과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다 주어 자주 찾아오게 하여 더욱 풍성하게 하는 마음의 고향이 된다.

꽃길, 강변길을 함께 걸으며 소중한 자연의 존재 가치와 스치면서 보여주는 자연의 권리를 담은 편지사연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지금보다 더 깨끗한 섬진강을 유지하기 위해 유기농법을 더욱 개발해 생태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파괴가 아닌 상생으로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보여주는 진정한 삶의 터전으로 거듭 태어나게 해야 한다. 자연 그리고 미래는 진리를 이해하고 실천할 때 빛이 나게 된다.

/단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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