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경기자
고려대 사회학과 BK21갈등사회교육연구단이 조사한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다문화사회에 관한 한국인 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한국이 오랫동안 단일민족 혈통을 유지해온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라는 사실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은 우리나라와 다른 인종·종교·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이는데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더러는 한국의 전통과 풍습을 같이하지 않은 사람들이 완전하게 한국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인종과 언어, 종교, 관습이 다른 남녀 간의 결합인 국제결혼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유학생이나 투자가·사업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탈북자인 새터민이나 국제결혼 이주여성은 줄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가 외국인을 대할 때 차별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선진국인 나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와 호감을 보이는 반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아시아국에 대해서는 우월감을 갖고 내려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 지난 4·11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된 결혼이주여성 이자스민에 대한 막말과 욕설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사례와 ‘리틀 싸이’라 불리는 다문화가정 자녀 황민우 군이 악성댓글에 눈물을 흘렸던 사건이 이에 대한 예가 아닌가 싶다. 겉으로는 다문화가정과 공생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속으로는 출생국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심지어 인종 차별하는 우리사회의 차가운 이중적 면모다.
우리사회는 이들과 오래 ‘공존’을 해 왔지만 ‘공생’은 서툴기만 하다. 다문화사회에서 가장 큰 미덕은 이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색안경을 벗고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 민족관을 넘어서서 결혼이주자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인식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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