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보약
사랑의 보약
  • 경남일보
  • 승인 2013.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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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장마가 끝나려는 듯 대방의 매미가 연주하는 여름합창곡을 들으며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을 식혀본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7월은 한 학기를 마무리하느라 쏜살같이 지나갔다. 종업식을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후 방학을 맞이해야 아이들이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여겨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에 정성을 쏟았다.
이러한 나의 기대와 달리 7월 4일 학기말 시험을 마치고 난 후 아이들 수업태도가 조금 달라졌었다. 지구가 하루도 빠짐없이 자전 공전을 하므로 생태계가 보존된다고 설명하며 성실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 과제를 제시하였는데 시험 전과는 다르게 성의 없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시험성적을 잘 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꿈 너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함을 깨닫게 해주려 늘 애써왔다. 그런데 더위 탓인지 매사에 소극적인 아이들을 보고 성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자 사랑의 매를 들었다.
출장을 가야 해서 바쁜 오후였지만 해당되는 아이들에게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손바닥을 한 대씩 때렸다. 그리고 손바닥을 어루만져주며 위로의 말과 함께 아픔을 나누었다. 그 때 태경이가 내 옆에 다가와 귓가에 속삭이는 말 “선생님, 저도 잘못한 게 많은데 늘 용서해 주셨잖아요. 오늘은 한 대 때려 주세요. 그러면 정신이 바짝 들 것 같아요.” 두 손을 모아서 내민 채 내 눈을 바라보며 간청하는 것이었다. 진심이 느껴져 내 손으로 태경이 손바닥을 마주 쳐주었더니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말로 해도 될 걸 괜히 매를 들었나?’ 하는 생각에 무거워지던 마음을 이튿날 아이들의 일기장과 편지가 말갛게 씻어주었다.

「오늘 5교시에 사랑의 보약을 먹었다. 왜냐하면 사회수행평가를 할 때 대충 하여서 선생님이 기회를 한 번 더 주셨는데 귀찮아서 그대로 내어 우리 모둠 전체가 다 틀렸다. 그 전에 선생님께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어느 학자의 말씀을 들려주시며 시험을 다 쳤다고 놀면 안 된다 하셨다. 그래도 우리가 열심히 안해서 처음으로 회초리를 한대씩 맞았다. 손바닥이 조금 아팠지만 꾹 참았다. 수업시간이 끝나자 선생님이 ”이것은 사랑의 보약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는 보약“ 하시면서 파이팅을 외치시고 손을 어루만져 주셨다. 나도 파이팅! 하며 선생님 손을 잡으니 정신이 바짝 들고 사랑도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보약은 너무 쓰웠는데 이 특별한 보약은 달콤하였다.」

매를 맞고도 감사하다는 편지와 일기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부모님께서도 고마워하셨다는 말을 들으니 전해주고자 했던 의미가 잘 전달된 것 같아 흐뭇했다. 생활지도를 할 때 칭찬과 격려로 권면하는 방법이 가장 좋겠지만 때로는 무딘 마음을 일깨워주는 질책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공감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결심한 것을 실천하도록 학부모와 교사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지켜봐 주는 것이다. 

여름방학 동안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면 좋겠다. 아울러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자연현상과 사물에 대해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여 과학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 스스로 계획한 탐구과제와 공부를 잘 수행하여 개학날 자연의 세계에 친숙하고 자연계의 다양성을 인식하며 과학적 소양을 두루 갖춘 꼬마 과학자들을 만나고 싶다.
서외남 (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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