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話頭)
화두(話頭)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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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스님 (단속사)
때론 좋지 않은 일을 당했을 때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그날 재수가 없어서 또는 일진이 나빠서 등 문제가 외부로부터 일어난 것으로 생각해 남의 탓으로 돌려 버린다. 그러나 문제의 답은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지혜롭게 행동해 일을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하면서 두 번 다시 같은 경우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주 중심의 근본이 되는 자신으로부터 모든 일이 이뤄지는 진리를 깨달아 자신이 만물 가운데 가장 존귀하다는 뜻을 지닌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바람직한 삶의 가치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며 과연 누구를 위하여 살아가고 있는가 등 삶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는 답을 찾고자 해야 한다.

조용히 벽을 마주보며 앉아 명상에 잠긴다. 명상을 통해 이 몸을 움직이는 주인공인 마음을 찾는 것이다. 그 마음을 바로 보고, 그 마음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그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화두에 담아 스스로 명쾌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소금은 아홉 번을 구어야 불순물이 제거된 죽염으로 다시 태어나고 녹차는 아홉 번을 덖어야 제대로 정제된 명차로 탈바꿈하게 된다. 화두는 생각을 뒤집고 또 거꾸로 생각하고 또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 깊고 오묘한 도리를 깨닫는 것이다. 이를 행동으로 실천해 그 뜻을 가슴으로 느껴 지혜를 밝혀 얽히고설킨 어리석음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화두는 어둠속에서 헤매는 상황에 놓였을 때 밝은 빛을 비추는 횃불과 같다. 어리석음에서 헤매는 마음이 진리의 오묘한 뜻을 이해하고 마음의 등불을 삼아 지혜를 밝혀 어리석음의 늪에서 빠져나와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 가는 자신의 소중한 등불이다.

겨울 추위에 나무뿌리가 땅의 진리의 말씀을 새겨 듣고 살아 숨쉬면서 봄이 찾아오면 가지에 싹을 틔운다. 이처럼 화두는 오랫동안 명상을 통해 주의 집중해 그 깊고 오묘한 뜻을 이해하게 된다.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면 그 뜻을 가슴으로 통절히 느끼게 된다. 세월이 흘러감에 나무가 굵어지고 잎과 열매가 무성해지듯 자신의 수행으로 맺어지는 공덕은 무한하게 뻗어간다. 그러므로 화두는 마음의 밭을 가는 농부이다. 하루도 쉴 새 없이 씨 뿌리고 풀 뽑고 거름 주고 자신을 가꾸며 부지런하게 생활하면 이미 이 세상을 먹여 살리는 농사를 짓는 수행자가 된 것이다.

깨끗한 물을 깨끗한 찻잔에 따르면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시게 되는데 깨끗한 물을 지저분하고 더러운 그릇에 따르면 그 물을 마시기를 꺼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화두는 명상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을지라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지저분하고 더러운 그릇에 깨끗한 물을 담는 것과 같다.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자신을 따라 다니는 그림자와 같거늘 간절하고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으로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단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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