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6)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6)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 순간 준호는 아나운서가 ‘살생’을 발음을 잘못해 ‘상생’으로 말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민지에게 여러 번 물었지만 해석을 못했다. ‘상생’이란 단어를 막 사용해버리는 초능력에 놀랐다. 망언의 수준을 초월해 세상 전체를 우롱했다.

“막 하네.”

자기 멋대로 막하는 절대 권력자가 인간 세상을 초월한 단어를 사용해 백성들 누구도 해석을 못해 각자 해석하는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 새로운 수법일까 긴장했다.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 저렇게 초월적인 표현을 사용한 유례가 있을까 싶었다.

“차라리… 막무가내로 하겠다고 해. 그런 배짱도 없나.”

상생의 뜻을 이해 못한 진주시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을 극복하려고 최대의 선처를 한다고 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 터져 나왔다.

“세계적인 축제로 키우기 위해 상생하자.”

“장난치나…”

이번 뉴스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갈등을 조장해 놓고 문전박대하더니 딱 한 번 의사를 밝힌 시장은 한 국가를 국제적으로 망신시키고 인류 전체를 조롱했다.

“베낀 걸 가지고 세계적인 축제로… 인류 전체를 미개인 취급하고 있어.”

아무리 막하는 시대라지만 베낀 짝퉁을 세계 최고로 인정할까 싶었다.

“인류 전체를 깜짝 속일 초능력을 가졌다는 거야, 도대체가 뭐하자는 거지.”

전 세계 사람들이 짝퉁 철학을 듣게 된다면 대한민국 문화 수준을 뭐라고 할지 뻔했다. 이미 막 해버린 망신살을 과연 감당할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이 일었다. 국제적 망신과 한류 문화에 먹칠을 하는 그에게 묻고 싶은 욕망에 준호는 중얼거렸다.

“너무 막하네… 이 지구상에서 너 혼자… 짝퉁을 세계최고라고 우길 건가.”

아직도 상생이란 단어를 이해 못하고 혼란에 빠져 따져보던 사람들이 소리쳤다.

“말이 많네, 자슥이. 그만하께예 쿠몬 데지, 어떻게 저런 기……”

겁탈해 놓고 같이 살자는 소리로 들렸다. 상생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시장으로 뽑았는지 대한민국 최고를 외치는 사람들의 의식에 의문이 일었다.

“서민이란 이름 팔아 동정심 부추겨 등쳐먹는 이중 위선에 놀아난 게 바보지.”

잘못한다고 남을 맹렬히 비판해서 권력을 움켜잡은 최고 수장답게 최고 수준으로 힘없는 사람들을 우롱하고 나섰다. 강도 집단 두목이 아랫것들이 약탈해온 장물을 숨겨놓고 협상하자고 앞장서고 나선 꼴이었다.

“치아라, 자슥아.”

양심을 가진 인간은 하나도 없었다. 최고라고 큰소리치는 것들이 하나같이 권력자의 눈치나 보고 앞장서서 과잉충성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돈이 된다는 계산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안 가리는 폭도로 변했다.

“깨어 있는 사람이 그렇게 없어…막 시대가 어떻게 될지…다음은 더 막하겠지.”

준호가 가장 두려운 것은 막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데 깨어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도시는 웅성거렸고 자부심에 먹칠을 하는 서울의 등불을 원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