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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한 산의 맨 몸에는 애달픈 佛心의 흔적경남일보선정 100대 명산 <64>괴산 도명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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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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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산 정상 부근 문바위
 
 
 
우리산에는 봄날 피어나는 꽃처럼 많은 불교유적지가 있다. 마애불이 있는가하면 절집이 있고 암자도 있으며 어머니들의 애끓는 사연을 보듬어주는 기도처도 있다. 두고 일러 산이 절이요. 절이 산이다.

배불정책이 조선왕조 오백년의 세월을 관통했다하더라도 불교 전래 후 1500년동안 민초들의 저변에 깔린 불교의 뿌리는 꿈틀거리며 살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힘의 원천은 그들의 삶에서 오는 고단함과 애증에서 비롯됐을 것이고 또한 무조건적인 절대자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었을 것이다. 충실한 불심은 우리의 산에 아름다운 꽃으로 승화했다. 철쭉처럼 크고 화려한 꽃이 있는 반면 눈에 잘 띄지 않은 수수한 꽃들도 있다. 종교와 믿음은 하나의 강제적 정책으로 척결될 문제가 아니며 이렇게 남아 있는 유적지들은 이를 말해주는 증거이자 표상이다.

아득한 옛날, 도명산 아슬아슬한 암벽에 칡넝쿨을 이어달아 찰싹 달라붙은 채 부처님의 형상을 세심하게도 새겼을, 지독한 불심을 지닌 늙은 도공의 애환은 무엇이고 또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도명산 아래 화양계곡은 효종을 떠나보낸 슬픔으로 계곡에 은거하며 살았던 조선의 중국통이자 성리학자 우암 송시열의 한이 서려 있다. 그는 이계곡을 중국의 무이구곡과 비슷하다하여 화양구곡으로 이름 지었다. 자신과 함께 북벌정책을 시행했던 효종이 갑자기 승하하자 애통해 하며 울었다는 읍궁암을 비롯해, 운영담 금사담 첨성대 등 구곡이 차례대로 이어진다. 버킷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계곡이다.

이름없는 도공과 삼존불상, 산 들머리를 휘감고 흐르는 화양계곡이 도명산의 자랑 2제(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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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서원


▲도명산(643m)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에 있는 산.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하며 여름 산의 진수라 할만하다. 원시림이 우거져 숲그림자 속을 산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행 후에는 국내최고의 계곡으로 꼽히는 화양계곡에 ‘풍덩’ 몸을 던져 땀을 식힐 수도 있다. 몸, 마음의 힐링이 있는 산이다.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초보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으며 전문 산꾼들도 인근 낙영산→가령산→화양계곡까지 연계하면 6∼7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가 있어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을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6㎞에 달하는 화양구곡의 절경이 일품이다.

▲산행은 화양동분소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화양2교→화양구곡→화양3교 건너기 직전 갈림길→첨성대→도명산→공림사거리→마애삼존불→학소대→와룡암→능운대→주차장원점회귀(휴식시간 포함 5시간 소요)

▲들머리는 화양동분소 주차장이다. 넓은 주차장에 주차비 5000원을 받는다. 10여분 정도 계곡을 끼고, 녹음이 짙은 수령 400년짜리 느티나무와 가로수 길을 걸어가면 화양2교가 나온다. 교량에서 상류 쪽으로 화양동계곡의 풍경이 영화의 서막처럼 펼쳐진다.

계곡에는 댐으로 물을 가둬 놓아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몰려 있다. 국립공원이지만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산으로 가는 넓은 진입로를 기준으로 왼쪽에 계곡이, 오른쪽에 민박촌과 식당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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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담

첫번째 나오는 경치는 물 건너 맞은편 비럭에 있는 운영담. 깨끗한 물이 소를 이뤄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자세히 보면 수면부근에 한자 고어체로 ‘운영담’ 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 식당가는 피서객으로 인해 시끌벅적한데 수족관에 메기와 함께 있는 특이한 물고기가 동자개를 닮았다. 자세히보니 크기도 모양과 색깔도 징그럽게 특이한 중국산이다. 화양계곡 이름이 중국 무이계곡에서 왔다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동자개도 따라온 것일까.

두번째 경치, 읍궁암은 효종이 북벌의 꿈을 완성하지 못하고 불혹의 젊은 나이에 승하하자 우암이 크게 슬퍼하며 한양을 향해 활처럼 엎드려 통곡했다는 곳이다. 민가가 끝나면서 꽤 큰 서원이 나오는데 우암이 은거하며 후학을 가르쳤다는 화양서원이다.

최고의 절경은 금사담. 계곡 맑은 물 곁에 금싸라기 모래 언덕이 얇게 깔려 있고 그 뒤로 책처럼 쌓인 바위위에 암서제가 보석처럼 살포시 앉아 있다. 암서재 일부를 살짝 가린 노송의 모습이 또 절묘해 앙증맞기 그지 없고 오글거리는 느낌마저 드는 한 폭의 그림이다.

우암이 예서 ‘속리’의 심경을 읊었을까. /녹수는 성난 듯 소리쳐 흐르고 청산은 찡그려 말이 없구나/산수의 깊은 뜻을 생각하니 세파에 인연함을 저어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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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바위아래 의종의 어필이 새겨져 있다.


들머리 주차장에서 출발한지 30여분 만에 화양 3교에 닿는다. 계곡 끄트머리 하늘에 도명산의 암릉이 하얗게 빛난다. 본격적인 산길은 교량을 건너기 직전 산으로 붙는다. 이정표를 따라 산으로 향한다.

왼쪽 어느 위치에 의종의 어필이 새겨진 첨성대가 있다는데 허투루 지나쳐 버렸다. 출발 1시간 만에 첫 번째 능선에 올라서면 나무 사이로 정상이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감탄사 한번한 뒤 기대감에 서둘러 자리를 뜬다.

오름 길은 여느 산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경사가 커 숨 가쁨에다 비지땀을 감수해야하고 어느 정도 올라서면 적응이 돼 그런 생각도 잊어버리게 된다. 등산로 옆 색깔과 모양이 화려한 노랑망태버섯이 눈길을 끈다. 식용불가 버섯이다. 이와 모양이 비슷한 망태버섯은 식용, 약용, 항암버섯으로 쓰이고 중국에서는 죽손이라고 해서 고급 요리에 쓴다. 버섯의 여왕이라 할 만큼 화려한데 서양에서는 신부의 드레스를 의미하는 드레스버섯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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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망태버섯


출발 1시간 40분 만에 바위가 서로 엉켜있는 바위 문을 지난다. 이름이 있을 법도 한데 외모가 별로인지 이름이 없다. 주변에 나무가 줄어들면서 흙냄새가 차츰 사라지고 옹골찬 바위가 앞을 막기 시작하면 정상이 가까워진 것이다.

정상 바로 밑 전망이 트인 너럭바위를 지나 도명산 정상에 닿는다. 낙영산 무영봉 가령산이 인근에 있고 모산 속리산도 보인다. 발 아래 화양계곡 옆 산 속에 보이는 절이 채운사.

하산을 재촉하면 곧장 너럭바위에 쉼터가 있다. 가까운 곳 맞은편 산릉 암석 이름이 기차바위다. 길게 생겨서 그러는데 선인들의 이름 짓는 법이 참 편리하다. 기차 없던 시절에는 뭣이라 불렀을까.

정상에서 15여분 정도 내려와 만나는 갈림길. 왼쪽 학소대로 바로 떨어지는 길과 낙영산방향으로 가는 공림갈림길이다. 취재팀은 낙영사터와 마애삼존불이 있는 왼쪽 화영계곡 학소대를 택했다. 괴산이 도내에서 워낙 먼 거리여서 긴 산행을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움이다. 산행이 조금 짧다고 느껴지면 갈림길에서 낙영산방향으로 가면된다. 무영봉과 가령산으로 이어져 자연학습원이 있는 화영계곡 상류와 조우한다. 학소대 하산 길보다는 1∼2시간 정도가 더 소요되는 연장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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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산 삼존불상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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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존불상 중 하나
 
낙영사터 마애삼존불. 거대한 바위군 사이에 삼존불이 새겨져 있다. 선명한 것도 있고 희미한 것도 있어 사람들은 숨은그림찾기나 보물찾기라도 하듯 손으로 여기 저기를 가리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신기한 것 하나 석벽 아래 솟아나는 샘물은 맑고 깨끗하다.

고려 초기 것으로 추정되며 30m수직암벽에 불상을 새겨 놓았다. 중앙에 있는 것이 가장 크고 좌우의 것은 작은데 각각 조금씩 다른 기법으로 새겨진 것으로 미뤄 한시대 한도공의 작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수수한 야생화 산국화를 닮았다.

주변 곳곳에는 낙영사의 잔해인듯 깨진 기왓장이 흩어져 있다.

참나무 군락지를 지나 발길을 재촉하면 산에서 흘러내리는 지류를 만난다. 지류는 학소대 하산 길과 비슷하게 같이 흘러 학소대를 형성하고 화양계곡과 조우한다. 붉은색 반아치형 철교가 화양계곡을 가로질러 무지개처럼 떠 있다.

학소대는 화양구곡 중 8곡으로 철교에서 보면 상류쪽 200m지점에 있다. 큰 소나무들이 운치 있게 조화를 이루며 우뚝 솟은 바위산으로 상상의 새, 청학이 바위에 둥지 틀었다한다.

계곡을 따라 난 길과 함께 내려오면 용이 누운 형상인 와룡암을 지나고, 왼쪽 산에 우뚝한 바위 군이 별빛을 관찰할 수 있다는 첨성대가 보인다. 바위 아랫부분에 의종의 어필이 새겨져 있다. 높이 솟은 바위가 구름을 찌른다는 능운대를 지나면 출발시 갈라졌던 화양3교에서 원점회귀 산행이 끝난다.

옛날 수많은 선비들이 유유자적 했을 화양계곡에는 출발했을 때보다 더 많은 피서객이 물속에서 첨벙거리고 있었다. 물소리 바람소리,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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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존불상이 새겨진 바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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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산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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