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죄지으면 빌데도 없다”는데
“하늘에 죄지으면 빌데도 없다”는데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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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아베정권이 들어서고 난 이후 일본은 이제 아예 드러내놓고 과거 침략의 역사를 부활시키고자 광분하는 형세다. 그러나 이런 일본인들의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패전 직후부터 줄곧 그래 왔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했지만 어느 한 순간도 자신들이 저지른 죄업에 대해 반성을 하거나 이웃에 대한 배려를 하거나 세계평화를 위해 진심어린 외교정책을 펴 본 적이 없다고 여겨진다. 그동안 몇몇 총리나 천황이 한국에 대해 무슨 담화 형식으로 사과를 하는 척했다. 그러나 과연 진정성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다”고 말하기가 쑥스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사과의 담화를 할 때마다 요상스러운 낱말을 찾아 무슨 “통석의 념” 어쩌구 했으니 말이다.

구역질이 날 만큼의 구차스러운 변명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일본의 한국통치가 한국에도 도움이 되었다”, “과거 전쟁의 성격이 침략이었는지 여부는 앞으로 역사가 평가할 문제다”, “일본이 한국을 통치한 적은 있으나 식민지 지배는 아니다”, “한·일합방은 한국이 선택한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베총리는 “침략의 정의(定義)는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군 위안부는 지어낸 얘기다”, “전범은 국내법적으로 범죄가 아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존경받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다. 그 점을 한·일 양국이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과거의 침략국이었던 나라의 총리로서 가당이나 한 소리인가!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여겨진다.

독일과는 달리 일본은 왜 그럴까? 카이로선언이나 포츠담 선언 내지는 유엔의 결의까지도 깔아뭉개면서 침략을 부정하고 그 피해당사국에 대한 죄의식도 없이 적반하장격의 삿대질일까. 이에 대해 일부 학자는 히로시마의 비극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최정호, 김진현). 원폭이 ‘가해자 일본’을 ‘피해자 일본’으로 도치(倒置)시키는 결정적 역할이 되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일본은 원자 폭탄의 ‘피해’에 대한 동정만 바랄뿐 그 원폭투하의 ‘원인’에 대해서는 짐짓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인구가 많고 일본인의 신(神)인 천황이 거처하고 있는 동경(東京)을 피해 원폭을 투하하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결사항쟁으로 치닫는 일본인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을까는 가히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오키나와에서의 전원 자결이라는 극단적인 사례가 이를 증명하는 일이 아니었는가. 남의 나라에 대한 가해자가 자신들의 피해만 강조하면서 가해자로서의 범죄행위를 없었던 것으로 한다면 이건 하늘이 용서 하지 않을 파렴치행위라 할 것이다.

원폭 피해자가 어디 일본인뿐인가? 조선사람을 붙들어 갈 때에는 황국신민으로 끌어가고 피폭을 당해 죽거나 행방불명되거나 피해를 입었을 때에는 외국인으로 취급, 한 푼의 보상금도 준 적이 없다. 그 수는 헤아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사망자 4만, 피해자 10만이라는 설이 있지만 아무도 그 수를 모른다.

미국은 1988년과 98년 두 차례에 걸쳐 2차세계 대전당시 본토에 있는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 수용한 것에 대해 사과도 하고 보상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보상은커녕 위안부문제에 까지도 발뺌을 하면서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당사자는 이제 거의 다 저 세상 사람이 되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시비 걸 사람이 없어졌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 천자문과 논어를 일본에 전해 준 사람은 백제의 왕인박사다. 4세기중엽의 일이다. 논어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도 없게 된다(獲罪於天 無所禱也)”. 그러니 그들이라고 이 말을 모를 리 없을 터. 하늘에 죄를 짓고도 살아 남을 수 있을까.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데도 없는 것이 세상이치다.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백성으로 태어나 할 짓, 못할 짓 다하고 나서 “인간이 인간임을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한탄을 한 일본인이 있었다. 명성황후 시해에 관여한 또 다른 일본인 한 사람은 “일본인으로 태어난 것이 이때처럼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고 실토한 적도 있다.

이는 모두 스스로 지은 죄가 부끄러웠음을 실토하는 얘기다. 그래도 한가닥 양심이 있는 일본인들이 이런 정도로나마 자신을 참회하고 있어 오늘의 일본이 건재하고 있는 줄을 요즈음의 일본지도자들은 깨닫기라도 하고 있을까!

일본이 하늘을 향해 비는 날이 오기를 우리라도 빌어야겠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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