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디딜방아 상여에 싣고 액막이 타령
훔친 디딜방아 상여에 싣고 액막이 타령
  • 최창민/정철윤
  • 승인 2013.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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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전통예술축제 참가작품] <3>거창 디딜방아 상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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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딜방아상여소리
 
 
 
경남일보가 주최하는 제1회 경남전통예술축제에 참가하는 ‘거창 디딜방아 상여소리’는 마을사람들에게 낭패나 환란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 이를 예방하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며 서로 위로하고 합심하며 마음의 위안으로 삼았다. 디딜방아를 홀로 훔친다는 것은 도둑질이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훔침으로써 공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작품내용과 특성 유래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작품내용

시기는 정월대보름을 전후해서 시행했다. 이웃 마을의 어느 집에 있는 디딜방아를 지목한 뒤 밤중에 가서 몰래 훔쳐오게 되는데 사전에 이를 성공적으로 훔쳐오기위해 마을의 아낙네들은 여러차례 계획을 세워 연습을 한다.

지정된 날이 되면 방아를 훔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도둑질이니 대놓고 할 수 없는 법. 주인이 잠이 들 때가 돼야하기 때문에 기회를 엿보게 된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면 특정한 집에 모여 앉아 물레질 다듬이질 삼삼기 등을 하면서 주인이 잠을 자기를 기다렸다가 주인이 잠이들고 기회가 오면 방아를 훔칠 집으로 가게된다.

그리고 주인몰래 방아를 무사히 훔쳐나오면 다행이지만 만약 주인에게 들키는 날이면 방아를 훔치는 작업은 실패로 돌아간다.

자기집의 방아가 도둑맞는 것을 알게된 주인이 그냥 있을리 만무하다. 주인은 방아를 훔쳐갈 수 없도록 큰소리로 “아이고,아이고” 하며 곡을 해서 알렸다. 그러면 훔치러 갔던 사람들은 그 집에서 물러나야한다.

반대로 방아를 훔쳐 일단 그 집밖으로 나오면 성공이다. 집밖에 나온 방아는 설사 집주인이 알았다해도 디딜방아를 돌려달라고 하지 못한다. 방아를 다시 집안으로 들이면 오히려 방아 주인집이 낭패하고 부정이 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훔치는 것을 성공하면 집앞에서 미리 준비한 상여 위에 방아를 얹어 둘러메고 ‘디딜방아 상여메기소리’를 하며 자기 마을로 옮긴다. 상여 뒤에는 가상주가 따르며 “아이고 아이고” 라며 곡을 한다.

다음날 아침 옮겨온 상여에다가 호박의 붉은 속을 바른 뒤 문종이를 겹으로 접어 붙이고 당산나무에 세워놓는다.

동시에 왼쪽으로 꼰 새끼줄로 밝고 푸른 천을 엮어 당산나무에 둘러 친다. 이는 잡귀를 물리치고 제단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다.

디딜방아의 위치는 반드시 동쪽으로 보게 했으며 머리쪽을 아래 방향으로, 다리쪽을 위로 올라가게 세워놓는데 여인의 꼬장중우(바지)를 씌워둔다.(거창읍 가리지 개화마을과 가북면 우혜리에서 시행하던 방식)

마리면 대동리 시목마을에서는 꼬장중우 대신 여인의 속바지나 삼베수건, 속적삼을 씌워 걸어두기도 한다.

제물도 놓았는데 백시루떡을 사용했다. 떡을 찔때도 세심한 정성이 들어가는데 산에서 가시가 있는 나무를 베어와 열십(十)자로 시루 위에 얹어 찌는데 이 역시 잡된 것이 범접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떡은 시루채 방아 앞에 놓고 시루떡 중앙에는 칼을 꽂아두었다. 마을 재정이 넉넉한 곳에서는 무당을 청하여 마마배송굿을 하기도 했다. 굿의 진행은 부정거리, 청배, 당산거리, 홍수맥이, 마마별상, 배송거리, 뒷전거리 순으로 진행하며 동시에 홍수맥이타령이 불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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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딜방아 상여소리장면

가난한 마을에서는 제일 깨끗한 사람을 선정해 제를 올렸다. 제물을 차려놓고 축관이 축을 읽고 나면 제관이 제를 올린다.

축관은 “앞도 당산, 뒤도 당산, 영명하신 당산님네 우리가 이래 비는 것은 당산손님으로만 이래 비는 것이 아니고, 올해 한해 날아들고 묻어들고 질금질금 따라든 잡귀잡신을 우리마을에서 모두 실어가지고 나가게 해주옵소서. 제명에 간 귀신 몽달귀신 처녀귀신 오다가다 죽은 귀신 모두 다모아서 우리마을에서 확 쓸어가지고 가옵소서”라면서 절을 한다. 축은 마을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이후 마을사람들이 한사람씩 나와 모두 자기 집안의 재액을 물리쳐 달라는 소원을 빌게된다.

제가 끝나면 음복을 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풍물을 울려 하루를 즐겁고 흥겹게 보낸다. 풍물을 치는 것도 신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다.

진행순서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입장과 동시에 배열된 물레, 다듬이, 진지다리 베틀에 자리를 잡는다. △물레소리 다듬이소리 삼삼기 소리를 창한다. △질구내기를 끝으로 디딜방아를 훔치러 이웃마을로 간다. △훔친 디딜방아를 상여위에 얹어 디딜방아소리를 하면서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로 옮긴 방아를 당산나무에 거꾸로 세우고 호박 붉은 속을 방아에 바르고 삼색천을 두른다. △음식을 차려 제를 지낸다. △제가 끝나면 액막이 타령을 창한다. △한마당 어울림 굿놀이를 한다.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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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딜방아 상여소리 진행도
 

▲특성 및 전승과정

디딜방아상여소리의 전승과정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전해진 거창지역 향토민속의 소리이다. 이를 처음으로 진행순서와 소리 분야별 체계적으로 기록한 사람은 박종섭(70·경남전통문화연구원) 이사장이다.

박 이사장은 거창 학리 주민이자 거창삼베일소리 예능 보유자안 이수연씨로부터 고증을 통해 체계화시켰다. 하동에서 열린 2013 제 37회 경남민속예술축제에 참가해 우수상을 획득하기도 했다.

디딜방아 훔쳐오기와 상여소리는 민속과 민요, 그리고 무속과 무가가 공존한다는데 특징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디딜방아상여소리와 액막이 타령과 같은 무가가 굿판에서 무속인들에 의해서 불리워진 것이 아니라 일반 주민들사이에서도 널리 불려져 전승돼 왔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유래

옛날에는 의술이 발달하지 않아 마을의 한 집에서 전염병이 발병하면 그것이 온 마을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인해 마을 사람들이 약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한꺼번에 죽어나갔다.

낭패를 당한 마을과 가족들의 심경이 어떠했을까. 사람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해마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액막이를 시행했다.

이 액막이가 전염병을 예방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동네의 이웃과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유대감을 강화하는 등 재난이 닥쳤을 때 슬픔을 함께하며 조금이나마 정신적인 위로가 됐음은 부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액막이는 입에서 입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전승되면서 하나의 풍습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거창지방에도 액막이 풍습의 하나인 ‘디딜방아 훔쳐오기’가 성행했다. 이는 전염병 특히 천연두를 예방하기위한 방편인데 디딜방아의 절구공이가 마마자국을 낸다는 신앙에서 기인했다. 방아손님을 상여에 태워보냄으로써 천연두 예방을 위한 액막이가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훔친 디딜방아를 상여에 싣고서 내는 소리가 ‘거창 디딜방아 상여소리’이다.


▲디딜방아 상여소리 내용

△앞소리 박상순(62·여) 이영숙 (59·여) △뒷소리 김영자 외 60명

너너 너화넘차 너화넘차 방애여/너너 너화넘차 너화넘차 방애여/너너호사로다 방애태운 호사로다/너너 호사로다 방애태운 호사로다/이방애가 누방앤고 마마님네 방애로세/너너 너화넘차 너화넘차 방애여/마마방애 난데본은 강남조선 국일로세(뒷소리 생략)

/아기자기 차려앱고 이마저마 둘러보고/경상도라 거창골에 좌중안처 좌정하니/모염모염 모여 있는 가중마두 정중마두/인물적간 가구적간 고방적간 댕길적에/자식없는 가중에는 아들자식 마련하구/가세없는 가중에는 가세성복 일으키고/근원없는 가중에는 집안 근원 마련하소/너너 너화넘차 너화넘차 방애여 너너 호사로다/방애태운 호사로다 영험하고 기염하신 사두별상 마마님네/강남조선 경상도땅 거창인명 수명을랑/남자수명 수천명에 여자수명 수천명에/어린아이 방손들도 받은 숨여 수천명인데/명복으로 수복으로 고루고루 갖고 나와/마마손님 별상손님 범접하지 못하온데 떠나가소 떠나가소 거창땅을 떠나가소/가더래도 섭섭잖게 대접을랑 하오리다./(후략)



▲거창 디딜방아 상여소리를 만드는 사람들

△앞소리:박상순 이영숙 △뒷소리:김영자 외 60명

△선소리꾼:박상순 이영숙 △민요창자:김영자 노계순 배태학 이정민 △제주:박종석 추월호 박성호 △상두꾼:김동임 백순임 양정자 박청자 김정순 임경애 김금선 신복희 양숙자 한무순 장명자 변순이 김현란 김태순 김무순 윤순자 강옥녀 백계달 최덕혜 오선옥 최순자 최양애 △주민:강신숙 강신안 김손년 김쌍순 박금선 박학순 백권분 백순덕 백쌍이 서규년 성명숙 송복임 양복월 오정순 이경순 이미숙 이삼순 이선옥 이수연 이순남 이옥수 이춘근 이호종 임숙자 정정순 정희순 제갈준수 최스름 이홍자 형영자 강영복 이윤연 민현옥 △풍물:변원기 형미옥 신경애 손금양 김경련 주만룡 송석조 민연숙 신길순 김득선 하정희 신상숙 피현숙 전갑순 성업숙

사진·자료 제공=거창군(사)향토민속보존회·경남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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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디딜방아 상여소리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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