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멘탈’ vs ‘강철멘탈’
‘유리멘탈’ vs ‘강철멘탈’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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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요즘 ‘멘붕’이라는 말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는 최근에 등장한 신조어로 ‘멘탈 붕괴’의 줄임말이다. 흔히 정신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요 며칠 사이에 A씨에게는 ‘멘붕’을 가져다준 일들이 몇 가지 일어났다. 그때마다 A씨는 스스로 그의 허약한 정신력에 잠식되어 갔다. 이런 허약한 정신력에 상반되는 강철 멘탈을 지닌, A씨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대활약 중인 류현진 선수다.

나는 류현진 선수의 선발등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새벽이든 밤이든 경기를 시청한다. 행여나 승리를 거둘 때면 덩달아 좋아지는 기분에 삶의 비타민이 되어 주기도 한다. 물론 다른 수많은 선수 중에서 류현진 선수만을 꼽고 언급하는 것에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한국시절부터 원래 응원했던 선수이기도 하지만 류현진 선수를 유독 짚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뛰어난 투구내용 때문도 아니다. 인터넷 뉴스나 방송기사에서도 한 번씩 언급되는 대목, 바로 류현진 선수의 꾸준함과 흔들림 없는 정신력 때문이다.

류현진 선수가 맡은 투수라는 포지션은 동료들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잘 던지더라도 동료들이 실책을 범하지 않아야 실점하지 않고 타자들이 계속 안타로 점수를 내줘야 승리투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선수시절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에이스로 등판할 때마다 팀의 잦은 실책과 물방망이 타선으로 힘든 경기를 치른 적이 태반이었다. 쉽게 잡을 수 있는 공도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기도 하고 기껏 잘 막고 내려오면 중간계투진이나 마무리가 실점하는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얼굴은 무덤덤했고 오히려 동료를 격려하는 듯 보였다.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라. 그런 악조건 속에서 7년 동안 그 경험을 이겨낸 덕택에 현재의 류현진 선수는 더 강해졌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A씨의 멘탈은 며칠 사이 단 몇 가지의 일 때문에 붕괴됐다. 모든 일의 원인은 사람 관계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진짜 문제의 원인은 결국 빠듯한 일정과 무더운 더위에 지쳐버린, 더는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한 약해진 정신력이었다. 마치 도미노처럼 많은 일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꺼번에 일어나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스스로 툭하면 깨질 것 같은 ‘유리 멘탈’이 되어 버렸다. ‘유리멘탈’이 된 A씨는 매번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한숨만을 내쉬며 하루하루만을 바라보며 힘없이 살아간다. 반면 ‘강철멘탈’로 무장한 류현진 선수는 오늘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새로운 기록들을 써 나가며 하루하루가 아닌 먼 미래를 바라보며 힘차게 살아간다.

그렇다면 류현진 선수의 그 강력한 멘탈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물론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한화에서의 값진 경험(?)이 그를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취합한 것은 자기 자신이 수많은 어려움과 힘든 상황들을 극복해낸 노력이라 본다. ‘유리멘탈’이 될 것인가, ‘강철멘탈’이 될 것인가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

‘유리멘탈’ A씨는 며칠 전에 악몽을 꿨다. 악몽 내용은 애인과 헤어지는 꿈이었다. 이후에 A씨는 괜스레 애인을 의심하고 함께 있을 때 투덜거리고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다. 변해 버린 A씨에 반감이 생긴 A씨의 애인은 실제로 그를 떠난다. 그저 하나의 악몽을 실현하는 유리멘탈이 되어 뼈아픈 슬픔을 현실화하기보다 우리 모두 류현진 선수의 ‘강철멘탈’로 무장해 보는 건 어떨까.

이상철 (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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