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탄화물 만들기에 온몸이 노곤노곤
연잎탄화물 만들기에 온몸이 노곤노곤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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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연잎따기
폭염과 함께 남부지방에는 여름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밭에 심어둔 곡식과 과수원의 나무는 가뭄에 목말라 타들어 가고 있다. 애가 탄 농심은 지하수를 퍼 올리고 물통으로 날라 곡식과 나무에 뿌려 보지만 돌아서면 말라버려 임시변통에 그치고 만다. 농심과 다르게 고대하고 기다리는 비 소식은 커녕 한줄기 소나기 예보도 사라진지 오래다.

벼논에 벼이삭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여름가뭄에 논물 대는 일로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겠지만 경작면적이 줄어들면서 소규모 저수지 물로도 가뭄 걱정을 들 수 있었다. 벼멸구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차례 방제를 마쳤다. 벼논 면적이 넓지 않아 새벽시간을 이용하여 바람도 없고 시원할 때 끝낼 수 있었다.

방제를 위하여 들어 선 벼논의 벼가 예년에 비하여 작황이 좋은 것 같았다. 벼이삭이 패지 않았는데도 허리춤을 넘어설 정도로 크게 자랐다. 벼가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규산염이 들어있는 쇠뜨기 탄화물을 섞어 뿌렸다. 쇠뜨기에 들어있는 규산염이 벼 마디를 짧게 하고 튼튼하게 키워 쓰러짐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가 활동하는 ‘비화학적 병해충 방제 연구회’에서는 연잎을 이용하기 위하여 연지를 사전에 예약을 해 두었다. 연잎을 탄화하여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연꽃이 어느 정도 지는 팔월 중순부터 연잎을 따 탄화를 시킬 차례까지 정해 두었다.

정해진 날짜가 되어 연지로 나갔다. 연잎을 따는데 사용하기 위하여 스치로폼과 합판으로 뗏목을 지난주에 만들어 두었다. 두 명씩 앞뒤로 뗏목에 앉아 연잎을 따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작업계획을 세웠다. 첫날이라 연지도 둘러보고 작업과정을 보기 위하여 회원 몇 명이 더 나와 있었다.

연잎을 따기 위하여 뗏목을 띄우고 대나무로 삿대를 만들어 밀어 보았다. 그러나 뗏목은 연잎과 줄기에 걸려 나아가지를 않았다. 온 힘을 써 밀면 연의 부력에 밀려나기 일쑤였다. 이 광경을 보다 못한 힘센 총무가 거들고 나서고 한 명의 회원이 더 힘을 합했다. 여러 사람이 거들어도 연잎사이를 헤치고 다니는 일이 쉽질 않았다.

작업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한 번 탄화할 연잎도 딸 수 없을 것 같았다. 작업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연잎 사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러 방법을 의논한 결과 뗏목 앞뒤로 끈을 매서 당겨가며 이동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연잎을 따고 한 사람은 뗏목위에서 방향을 잡아주면 연지 바깥에 있는 사람이 줄을 당겨 이동하는 방식이다. 연잎을 따는 두 사람은 전정가위를 이용하여 연잎을 따 배위에 차곡차곡 쌓으면 되었다. 삿대를 진 사람은 따는 사람이 쉽게 딸 수 있도록 연잎 가까이 배를 밀어주다 이동이 필요하면 소리를 질러 줄을 당기도록 했다. 손발이 맞으니 능률도 올랐다. 그러나 연잎을 줄기째 따는 것이 아니라 둥근 잎만 따야 했기에 부피는 많아도 무게가 나가지를 않았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한 두 시간이면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원한 새벽시간을 택했다. 작업을 하면서 보니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업은 오전 시간을 지나 해질녘까지 계속해야 했다. 점심을 사먹고 오후 작업을 계속했다. 두어 시간 오후 작업을 마치고 이제 대충 량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하고 트럭에 싣고 장소를 옮겨 작두로 썰어 무게를 달아보니 예상량의 반도 되지 않았다.

묻힌 짐에 끝내자는 의견을 따라 다시 연지로 나와 해질녘까지 작업을 계속해야 했다. 다시 하는 연잎 따는 일은 몸 곳곳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 몇 시간은 문제가 되질 않았던 연 줄기에 붙은 가시가 노출된 신체 부위에 상처를 남기며 붉게 물들였다. 장시간 물에 잠겼던 손과 발도 불어 허옇게 변했다. 시간이 지나며 고통이 찾아오자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돈으로 살 수만 있다면 사서 쓰는 게 싸겠다고 말했다.

연잎 따는 일이 끝나자 썰어 탄화기에 넣을 때까지 변하지 않도록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보관 해야 했다. 작두를 이용하여 잘게 써는 일도 쉽질 않았다. 오랫동안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누구는 시간이 흐르며 작업이 늦어지자 연잎탄화물을 개발한 회장에게 이런 것을 만들어 고생시킨다고 푸념 아닌 농을 던지기도 했다.

아무튼 힘든 연잎 따는 작업은 끝났다. 이제 탄화기를 이용하여 탄화물을 만드는 작업만 남았다. 잘 만든 연잎탄화물을 먹고 자란 농작물이 좋은 결과를 남기기를 바랄뿐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연잎따기작업
초보농사꾼과 ‘비화학적 병해충 방제연구회’ 회원들이 연잎을 따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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