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가지 자르기도 요령 있어야 수월
참깨가지 자르기도 요령 있어야 수월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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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참깨 수확
처서를 전후하여 주말에 기나긴 여름 가뭄을 해소시켜줄 비가 내렸다. 속설에 따르면 처서에 비가 내리면 십리에 천석이 준다고 했다. 속설과 다르게 이번 비는 대지를 적셔 타들어가는 농작물에 갈증을 풀어준 단비였다. 비가 그친 후 며칠 날씨가 들면 한창 이삭이 패기 시작한 벼이삭도 고개를 숙이며 낟알이 여물 것이다.

처서를 전후로 할 일이 별도로 있다. 이때부터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베고 조상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해왔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 한 낮 햇볕만 피하면 풀을 베는데 어려움도 없다. 풀 베는 작업도 그동안 한두 번 베었던 곳이라 예치기를 이용하여 하루 이틀에 끝낼 수 있었다.

김장채소 심을 곳에 밭을 고르기 위하여 나섰다가 먼지 때문에 작업을 비 온 후로 미루었다. 그동안 여름가뭄이 얼마나 심했던지 흙에서 적은 수분도 발견할 수 없었다. 메마른 흙에서 말라 죽지 않고 열매를 맺고 키워 온 농작물이 다시 보였다. 고추와 고구마 등 농작물이 한 낮 햇볕에 시들었다가 해가 기울면 다시 생기를 찾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때로는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물을 주는 이도 있었다. 한두 번 급수를 해볼까 망설이다가 주던 물을 끊으면 더 심하게 가뭄을 탄다고 일러줘 그만 두기로 했다.

2주전에 여름내 잎을 따 먹었던 상추 심었던 곳을 골라 가을당근 씨를 뿌렸다. 다시 둘러보니 발아는 커녕 땅이 메말라 주변에 자리 잡은 바랭이도 누렇게 변해 말라 있었다. 비가 그치면 땅을 고르고 다시 씨앗을 뿌려야 할 것 같다.

가뭄이 들면 두드러지는 쇠비름만 여기저기 면적을 넓히며 빈 땅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햇볕에 말려 두었다가 겨울에 차로 우려 마시기 위하여 쇠비름을 캐 모았다. 말리는 방법을 잘 몰라 물에 깨끗이 씻어 그물망 위에 펴고 비닐을 덮어 두었다. 쇠비름은 식물성오메가3지방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지인의 권유가 있었다.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미루어 왔던 참깨를 수확했다. 나이 든 어른들 말로는 최근 보기 드물게 참깨가 풍작이라고 한다. 지난 6월초 장마 시작 전에 씨앗을 뿌렸다가 폭우에 다 쓸려 보내고 남은 몇 포기가 자라 열매를 맺었다. 어머니께서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오랜만에 묶어보는 참깨 단이라며 좋아하셨다. 비가 내리지 않은 마른 날씨가 지어준 참깨 농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 가꾸었다고 대견해 하셨다.

밭에서 갓 베어온 참깨를 이웃이 보고 수확하기 며칠 전에 끝을 잘라 주었으면 더 충실하게 익었을 것이라고 가르쳐 준다. 참깨를 자를 때도 낫보다는 전정가위를 이용하면 더 좋다는 것도 일러줬다. 낫으로 자르면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는 참깨의 특성상 통째로 뽑히기도 하고 자른 부위가 날카롭게 남게 되어 다음 일을 할 때 위험하다고 한다. 사소한 일 같지만 다음 작업까지 내다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지난주 채취하여 얇게 잘라 냉장 보관해 두었던 연잎을 꺼내 탄화했다. 연잎을 탄화기에 넣고 스위치를 자동으로 돌린 후 버너에 불이 붙는 것을 확인하고 나왔다. 다음날 새벽 탄화물을 회수하고 재를 청소하기 위하여 탄화기 뚜껑을 열었을 때 누렇게 변한 잎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탄화기 온도를 220도로 유지한 채 14시간이 지났는데도 연잎 탄화는 끝나지 않았다. 다시 시간을 조정하여 4시간을 연장하였더니 새까맣게 재로 변해 있었다. 연잎 탄화는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소요되는 시간을 기억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탄화기내에서 열에 의해 발생한 수증기는 냉각기를 통과할 때 물방울이 맺히며 탄화물이 생긴다. 회수 통에 모인 탄화물에는 새까만 타르가 섞여있어 제거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타르제거는 탄화물 속에 공기를 불어 공기방울이 가벼운 타르를 가운데로 모아 뭉치면 걷어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20여 시간에 걸쳐 연잎 120kg으로 정제하여 얻은 탄화물은 90ℓ 정도였다. 농작물에 뿌릴 때는 주로 1000배액으로 희석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연잎에서 추출한 탄화물은 농작물의 품질을 높이고 신선도를 유지하여 유통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내년에는 수확 후 하루 이틀이 지나면 누렇게 변하는 매실에 뿌려볼 계획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참깨수확.
초보농사꾼이 참깨를 수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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