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인사
신뢰와 인사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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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장사를 하는데 신용이 가장 중요하고 인간관계에서도 신뢰가 있어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협력을 이끌 수 있다. 불과 십여 척의 배를 가지고 수백 척의 적선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영웅담도 병사와 백성들이 모두 장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싸웠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처럼 짧은 시간에 고도성장을 이루기 위해 정상적인 과정과 절차를 생략하고 결과지향으로 매달린 후유증으로 우리 사회에는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특히 핵무기를 둘러싼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과 세계 불황에 따른 경제침체 및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사이에 신뢰구축이 필수적이다.

신뢰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긍정적 기대’로 정의할 수 있다. 신뢰의 유형은 한국에서는 크게 인격에 대한 신뢰와 능력에 대한 신뢰로 분류될 수 있다. 인사권자들은 주로 능력위주로 인사를 했다고 하지만 국회청문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듯이 개인의 능력보다 인격에 대한 신뢰가 더 강조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고위공직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병역기피, 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 등은 당사자의 인격을 의심하게 만들어 아무리 능력을 발휘해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근본이 바로 서야 능력도 발휘된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인사철학이 요구된다.

신봉승의 ‘세종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다’에서 조선 명재상들이면서 인격적으로 훌륭한 이원익, 이항복, 이황, 김장생, 이동인, 최명길, 최익현, 조헌, 이이, 박지원 등이 정부 각료로 등용되고 있다. 빈곤하고 가난했던 조선 왕조가 500년간 왕권을 유지한 힘은 ‘양식을 지닌 지식인이 나라를 경영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신뢰에 대해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고사가 있다. 춘추시대 노나라에 미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랑하는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으나 여자가 오지 않자 소나기가 내려 물이 밀려와도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교각을 끌어안고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전국시대의 종횡가인 소진은 미생의 행동을 신의로 보지만 도가사상가인 장자는 이를 작은 명분에 집착하는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예로 들고 있다. 멀리서 행군해온 적군들을 충분히 쉬게 한 다음에 전쟁을 벌여 패전한 송양지인(宋襄之仁)의 고사와 일맥상통하는 말로, 오늘날 미생과 같은 행동은 참다운 삶의 도리를 알고 인간 본성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맹목적인 충성에서 맺어진 신뢰보다 객관적인 신뢰가 필요한 시점이다. 흔히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공개와 추천 속에서 여론을 통한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인격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등용해야 국민들에게 정부 정책이 폭 넓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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