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바뀌는 입시제도. 과연 무엇을 위한 변화인가
또 다시 바뀌는 입시제도. 과연 무엇을 위한 변화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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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진주교대 신문사 편집국장)
한때 수험생들의 많은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켰던 선택형 수능제도가 결국 1년 만에 폐지된다. 현재 중3 학생들은 A/B형 선택형 수능은 치르지 않게 되지만 한국사 시험은 반드시 치러야 한다. 가장 큰 변화는 문·이과 구분 없이 같은 시험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문·이과의 구분 여부가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아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대한민국 입시제도는 정권교체와 함께 손바닥 뒤집듯이 수시로 변해 왔다. 수능시험이 시작된 20년 동안 총 12번이나 바뀐 것이다. 물론 잘못된 점이 있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고쳐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합형 인재를 요구하는 이 시대에 문·이과 구분 없이 시험을 치르는 것과 역사교육의 강화를 위해 한국사의 필수화는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입시제도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여 준다는 명분 아래 급격하게 변화되어 왔다는 점이다.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따라 수시모집이 4개, 정시모집이 2개 이하로 정리된다. 하지만 입시를 겪는 당사자들이 바라는 것은 한번 결정된 입시제도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것이다. 수시로 땜질하듯 입시제도가 바뀌게 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제도를 믿지 못하고 불안에 떨며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공교육의 정상화를 외쳐대던 정부가 오히려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입시제도의 변화들이 교육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도 심각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하나 같이 현 입시제도의 폐해를 없애고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입시제도를 수없이 바꿔 왔지만 결국 사교육의 배만 불리는 결과만 낳고 말았다. 이번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도 실질적으로 대입전형이 별로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학생들의 혼란만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현장의 상황과 동떨어진 입시제도의 변경도 문제가 된다. 정책결정 단계부터 일선 학교의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입시제도가 바뀌어 왔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의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책이 현실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을 야기시켜 왔다는 것이다. 올바른 입시제도의 확립을 위해서는 지금처럼의 폐쇄적인 정책결정 과정보다는 다양한 국민의견을 수렴해 입시제도를 결정하는 개방적인 결정과정 또한 마련돼야 할 것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입시제도의 안정화이다. 이렇게 정권에 따라 수시로 입시제도가 바뀐다면 그 누구도 입시제도를 신뢰하지 못할 것이고 사교육이 판치는 것은 불을 보듯 당연한 결과이다. 입시제도가 이렇게 수시로 바뀌는 것에는 교육에 정치적인 입장이 고려되고 있는 현 상황이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정권교체와 함께 해마다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추세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입장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인 기관의 안정적인 입시제도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당대의 교육이 천년을 좌우한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만큼 교육은 앞만 바라보는 단기적인 정책이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안정적이고 올바른 입시제도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길우·진주교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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